학교 게시판은 찬반논쟁.. 교육부는 ‘교학사 구하기’ 급급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경북 청송여고가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청송여고는 2014학년도 신입생들이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로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사실을 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청송여고 관계자는 “지난달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서선정위원회’를 꾸려 교학사 교과서를 1순위로 선정한 후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심의에 올렸다”며 “학운위는 이후 교과서선정위원회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과서 채택에 필요한 과정을 모두 거쳤으므로 절차상 문제를 논할 필요가 없고 결정 과정에서 재단 등의 외압도 없었다”며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사회과 교사, 학운위 위원 등 구성원들의 어떠한 이견이나 갈등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송여고의 학교운영위원장인 강종창 씨는 학운위가 열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강씨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과 관련한) 학운위가 열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됐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 <경향신문>에 말했다.
강씨는 이날 학교에 전화해 항의했으나 학교 측은 “이미 채택된 것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여고 조철숙 교감은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학운위가 제대로 열렸느냐는 질문에 여부를 밝히지 않고 “절차대로 했으니 문제는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청송여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지지와 반대하는 글로 채워지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을 청송여고 졸업생이라고 밝힌 송애리 씨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운영위원 모두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동의한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송 씨는 이어 자신도 교직의 길을 걷고 있다고 밝히며 “국사 교과서를 선정할 때 앞으로 그 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되실 국사 선생님도 그 교과서를 보고 선택하신건가. 박지학 교장 선생님이하 운영 위원회 임원진 모두 교과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시고 동의하신건지 모르겠다”도 물었다.
김은경 씨는 “(청송)군민으로서 창피하다”며 “역사에 대한 상식이 있다면 다른 교과서를 선정해주시기 바란다. 오류가 많고, 정통 역사학자 대부분이 거부하는 교과서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반면, 박진현 씨는 “청송 힘내세요. 훌륭한 결정입니다”라며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죽었습니다. 이제 다시 살려야 합니다”라고 응원했다.
고미선 씨도 “거짓 선동, 협박과 폭언이 난무하며 공의를 잃은 시대 속에서 바른 시각을 가지고 바른 신념으로 학교를 이끌어 가고 계시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을 응원하고 감사드린다”며 “꼭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시기를 바라며 애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보며 마음이 흡족해진다고”고 말했다.
청송군농민회 등 시민단체는 8일 청송여고를 항의 방문해 교과서 채택 과정이 정당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최종 검정 승인 뒤에도 오류가 지적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가 또다시 수정심의를 거쳐 승인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오ㆍ탈자가 아닌 일본군 위안부 서술 등 내용까지 고친 것이어서 밀실 편법 행정이란 비판이 예상된다.
교육부 심은석 교육정책실장은 7일 “지난해 12월 10일 수정명령에 따른 최종 승인 이후 언론과 국회를 통해 지적된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들은 교학사가 추가로 제출한 수정안을 바탕으로 모두 고쳐졌다”며 “수정심의회를 열어 최종 승인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시 교학사 교과서 등 8종의 교과서 출판사들에 12월 24일까지 추가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최종 승인 뒤에도 7개 역사학회에 의해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과 오류 652건이 드러나자 교육부가 또다시 고칠 기회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해 8월 최초 검정합격 승인과 12월 수정명령에 따른 최종 승인 이후에도 또다시 수정심의회를 열어 내용 수정을 해준 것으로 같은 교과서를 두고 세 번이나 승인을 한 셈이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 해 12월 추가 자체 수정안을 받으면서 출판사들에 ‘내용변경을 가져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표기ㆍ표현(윤문 맞춤법 문장부호 첨삭) 등 단순 수정 사항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 방침을 스스로 어겼다.
심 실장은 “다른 교과서에도 내용 수정 사항이 있어 이 기회에 다 받아주자는 취지에서 수정심의회를 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교육부의 끝없는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 행정에도 교학사 교과서는 채택률이 ‘0%’에 가까워 청송여고를 제외한 모든 교육 현장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