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취임 첫 기자회견, ‘소통’ 놓고 여야 엇갈린 평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것과 관련, 여야 정치권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에서는 국민과의 소통 강화, 경제회복과 안보 등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긍정 평가를 한 반면 야당은 ‘자랑스러운 불통’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비난했다.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인가.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의 화두는 ‘소통’이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소통 얘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소통을 하기 위해 모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여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소통 부족 비판에 대해서 이같이 언급하며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저는 국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 소통을 해 왔다. 틈만 나면 현장을 방문해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농어민,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문화계, 과학계, 청년, 지방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 대표들과 만나 간담회도 하면서 소통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고는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런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철도노조 파업 같은 것을 보면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고 불법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철도노조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준법’을 강조한 뒤, “그럴 때 국민들도 억울하게 당하지 않고 바르게 간다는 생각에서 안도하며 살 수 있다.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는 사회가 소통이 잘 되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는 더 왜곡돼 가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누구든 못 만날 이유가 없고 또 앞으로 소통에도 더욱 힘을 쓰겠지만 불법이나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거듭 강경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벌어진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간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 소모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이미 시정연설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 찾아주면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는데, 여야 논의 끝에 국가정보원과, 국가기관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해 이제는 제도적으로 이런 잘못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차단했으니 이제는 소모적 논쟁 접고 함께 미래 나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많은 국민들과 야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특검에 대해 박 대통령은 “특검 관련해서는 재판중인 사안이므로 대통령으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남북관계 리스크 등을 묻는 질문에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은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우리 외교ㆍ안보 전반을 아우르는 국정 기조다”면서 “지금 국민 중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실제로 대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야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오늘 기자회견이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들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평소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다. 그런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만큼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설명하는 기회가 자주 만들어지기 바란다”고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반면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과연 진정한 소통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갖게 되었을 뿐”이라며 "소통에 대해 얘기하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청와대가 일방적인 기준을 가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골라서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고 힐난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국민의 정당한 요구는 불법적인 떼쓰기로 규정되었고, 앞으로 대통령의 기준에 맞지 않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진압하겠다는 시퍼렇게 날선 경고를 던졌다”며 “오늘 너무도 실망스러운 대통령의 회견은 이 정부의 민낯이다. 가리지 않고 불통정권을 입증하셨으니 이제 국민은 그대로의 대통령에 대한 냉정하고 준엄한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NS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파워트위터리안 레인메이커 (@mettayoon)는 “기자회견에 대한 짧은 논평”이라며 “통일은 대박? 특검은 희박, 소통은 반박, 정치는 천박, 경제는 피박, 회견은 경박, 유체는 외박”이라 꼬집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개입 에 관한 발언을 지적하며 “‘소모적 논쟁을 접고 함께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부정선거를 밝히는 일은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은 헌법과 국민주권을 무시한 중대한 범죄이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도(@jhohmylaw) “박근혜 대통령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알맹이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비판했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unheim) “통일이 파친코냐..?”고 일침을 날렸다.
특히 노회찬 전 의원은(@hcroh)은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는 말이 적힌 북한의 매스게임 사진을 함께 올리며 “대통령 첫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 올해도 작년처럼 하겠다는 말입니다. 말의 해가 아니라 마이동풍 (馬耳東風)의 해입니다”라고 비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