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 보도하려다 두 달간 결호.. 내주부터 정상 발행
성균관대학교 학내 신문인 <성대신문>이 삼성 관련 기사를 보도하려다 편집주간의 반발로 두 달 가까이 제작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9월 27일 성균관대 중앙동아리 노동문제연구회는 삼성AS센터 노동조합원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자 했으나 학교 측에서 행사 당일 행사장을 폐쇄했다. <성대신문>은 이 내용을 기사화하려 했으나 편집주간의 반발로 10월 7일자 1551호(주간)를 끝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이에 <성대신문> 기자단은 사비를 털어 호외를 제작하며 부당함을 학생들에게 호소했으며, 편집주간의 사퇴와 편집권 독립을 총장에게 요구했다.
<성대신문> 기자단에 따르면,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김통원 교수(사회복지대학원장)는 “토요일에 기획이 수정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삼성 기사를 넣으려 했던 지면을 광고로 채우라고 요구했다. 해당 기사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학교 측에 너무 불리하게 쓴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기자들은 토요일에 지면 기획이 수정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속적으로 지면배치를 요구했고 결국 김 교수는 1552호 결호를 선언하며 신문 인쇄를 담당하는 쪽에 신문 제작 중단을 통보했다. 삼성은 1996년 성균관대 재단을 인수했다. 또한 <성대신문>의 인쇄는 <중앙일보>에서 담당하고 있다.
삼성 이슈와 관련 편집주간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대신문> 1522호 기사에서 제주 구럼비 바위 발파와 관련된 삼성이 환경영화제 후원을 했다고 지적하자 ‘삼성’이란 단어를 ‘기업’으로 표기하도록 요구해 결국 변경됐다.
1545호에 실린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 인터뷰에서도 최 피디가 손석희의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옮긴 것을 언급하며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해 시민들이 족벌언론에 기대고 있다”고 한 부분에서 ‘JTBC’ 부분을 삭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1547호에 2페이지에 걸쳐 다루려 했으나 주간인 김 교수의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로 1페이지로 줄여야 했다. 편집주간은 또한 “국정원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주장도 반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성대신문>의 구조는 기자들에게 편집권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편집장과 학생기자는 편집주간이 임명하며, 편집주간은 이사장에 의해 임명된다. 또한 신문을 제작해도 총장이 배포를 허가하지 않으면 배포가 불가능하다. 성대신문 기자단은 “이는 언론에 대한 실질적인 검열이며 기자들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배포권 개정, 주간 및 편집간사에 대한 기자단의 임명 동의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관해 성균관대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학내 교수들로 구성된 대학언론사무국 운영위원들에게 주간 교수와 학생들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이야기한 상태”라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규정 개정 등은 운영위에서 따져 봐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있다. 특히 배포권에 대한 주장은 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단 측은 운영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대신문> 정지은 편집장은 “운영위는 총 9명인데 주간교수가 운영위원장이어서 신임할 수 없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성대신문> 결호 사태가 전해지자 <시사IN> 고재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성균관대 학보사 기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 기자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지 않고도 어떤 상황일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며 “(2007년) 시사IN 기자들이 시사저널에서 겪은 ‘삼성기사 삭제 사건’과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시사저널>의 ‘삼성기사 삭제 사건’은 2006년〈시사저널〉870호에 실리기로 되어 있던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는 기사를 당시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삼성 측으로 전화를 받고 기사를 뺄 것을 지시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에 편집국장, 취재총괄부장 등은 금 사장의 기사 삭제 요구를 거부했고 금 사장은 새벽 시간에 직접 인쇄소에 가서 해당 기사를 삼성 광고로 대체했다.
고 기자는 “1996년, 삼성 그룹이 성균관대 재단을 인수한 이후 총학생회와 학내 언론을 어떻게 길들였는지 잘 알고 있다”며 “학보사 기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주간교수의 부당한 편집권 간섭에 항의하는 것이지만 사실 성균관대 재단인 삼성그룹과 싸우고 있다. 주간교수는 그저 대리인일 뿐이다. 시사저널 사태도 표면적으로는 기사를 무단삭제한 경영진과의 싸움이었지만 사실 삼성과의 싸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삼성 광고에 의지하는 다른 언론이 시사저널 사태를 외면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듯, 성균관대 학보사 기자들도 지금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재단과 학교에 맞서 부당한 편집권 간섭과 부당한 학생 자치행사 방해를 알리며 펜이 아닌 몸뚱이로 성균관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그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26일 주간 김통원 교수는 기자단과의 협의로 지난 10월 제1552호 결호 및 이후의 정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3년 12월 종강호를 발행한 후 이번 학기 내로 주간 및 편집인직을 실질적으로 그만두기로 합의 했다. 따라서 신문이 다음 주부터 정상 발행될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신문방송운영위원회를 12월 초에 개최해 성대언론사 규정 개정에 임할 것과 학기 내 총장과의 면담일을 확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기자단과 주간교수가 직접 서명한 내부 문건을 통해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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