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수 “항공모함과 돛단배 싸움 될 것”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 의혹을 받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이 국회 보고 없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야권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개정안이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조달 시장을 외국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에 때맞춰 11월 5일 국무회의에서 철도민영화를 위한 협정 개정안이 처리됐다”며 “국회 동의와 보고 절차를 거칠 사안에 대해서 슬그머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4일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시철도 시장개방과 관련,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도시철도 분야의 진입장벽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 후, 초안 작성 1년여 만에 정부조달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재가 절차만 남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전 원내대표는 “GPA(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국가기간 산업인 철도 민영화를 포함하기 때문에 철도 요금인상이 예상돼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준다”며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통상절차법 제13조 3항에서는 정부의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할지라도 국회는 서명된 조항이 통상조약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에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1차적으로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가 의결한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일반철도 및 도시철도의 시설 건설 및 조달,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감독 및 관리의 조달 계약을 공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도시철도(지하철) 운영과 지하철, 일반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의 유지·보수 등 철도 기간망의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하는 범위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 가입 국가는 우리 철도산업의 정부조달사업에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고속철도와 일반철도의 여객 및 화물철도는 이번 개정 의정서에서 제외됐다.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은 철도 민영화를 통해 철도산업의 지분을 시장에 공개한 뒤, 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는 외국자본이 정부 입찰에 참여해 철도 기간망 전 분야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go발뉴스’에 “외국자본이 들어온다면 항공모함과 돛단배가 싸우는 격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은 “우리의 철도 산업자체가 국제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부작용은 예측하기 힘들다”며 “철도산업에서 현대로템을 제외하고는 영세 중소기업들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현대로템 같은 대기업 조차도 국제경쟁력이 선진국보다 우수하다 볼 수 없는데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기술력 향상은 도모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장기적인 철도 생산력까지 침해받을 수 있고 운영측면에서도 상당히 다국적기업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