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알짜배기 ‘수서발 KTX’ 결국 민영화되나

‘철도법 개정안’ 논란…朴인수위 “차기정부서 검토”

‘KTX 민영화 꼼수’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민단체들은 KTX 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이며 철도 안전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지난달 9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가 가지고 있던 관제권 등을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국토부의 개정안 중 논란이 일고 있는 변경 내용은 △철도공사에서 철도공단으로 ‘관제권’ 이전 △철도차량 확보, 신규운영자 선정, 국제협력 전담 등 ‘철도공단의 업무 확대’ △철도시설 사용 계약 절차에 ‘경쟁에 의한 방법으로 선정, 새로운 철도운영자의 시장진입 촉진 및 공정한 경쟁 환경의 조성’ 문구 신설 삽입 △철도시설 사용기간 ‘5년에서 15년으로 변경’이다.

“관제권 이전…KTX 민영화 길닦기”

철도법 개정안에 대해, KTX 민영화의 사전 단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권오인 팀장은 21일 ‘go발뉴스’에 “현행철도운영 체계는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으로 이원화돼 있다”며 “철도공사는 운영과 보수를 맡고 있고, 철도공단은 건설 및 기반시설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9일 한국철도공사의 관제권 이관 등의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 KBS 영상 화면캡처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9일 한국철도공사의 관제권 이관 등의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 KBS 영상 화면캡처

이어 권 팀장은 “철도공사의 운영을 제외한 다른 주요 권한들을 철도공단이 맡는다면, 민간사업자들이 철도 운영 능력만으로 철도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며 “따라서, 철도공사가 가진 관제권 등의 권한들을 철도공단에 이전하려는 이번 개정안은 KTX 민영화의 사전 단계로 분석된다”고 우려했다.

권 팀장은 아울러 “민간사업자들이 시설 및 설비에 투자도 하지 않고 철도사업을 운영해 이익을 얻는 것은 특혜다”며 “이번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공공연구소 박흥수 철도정책 연구위원은 21일 ‘go발뉴스’에 “국토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철도공사가 관제권 운영을 잘못해서 발생한 사고는 거의 없다”며 “따라서, 안전성을 근거로 민간사업자들이 철도 운영에 참가하기 쉽게 만들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안진걸 국장은 20일 ‘go발뉴스’에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재벌 대기업들만 특혜를 입을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번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흑자노선 수서발에서 적자 메워야, 민영화 안돼”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안 국장은 “철도공단으로 관제권이 이전되는 것에서 수서발 KTX 민영화를 추측할 수 있다”며 “수서발 KTX에 민간사업자가 들어온다면, 철도공사와 민간사업자는 더 많은 노선을 확보하거나 황금시간대 노선 등을 차지하려 상호 경쟁할 것이다”고

이때는 관제권을 가진 측이 유리한 입장에 서는데, 관제권이 철도공단에 넘어간다면, 민간사업자와 철도공사가 동등해진다. 결국 수서발 KTX에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즉, 수서발 KTX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권 팀장은 “수서발 KTX는 동계올림픽 예정지인 평창 및 수도권 광역 철도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흑자 노선으로 예상된다”며, “철도공사의 몇 안 되는 알짜배기 흑자노선을 민영화하는 것은 안 된다. 흑자노선에서 오는 이익으로 철도공사의 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철도의 안전성 우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철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박 연구위원은 “철도의 안전은 현장과 관제측의 의사소통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철도를 실제 운전하는 현장 기관사와 관제측은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철도를 운영하는 곳에 관제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제권이 철도 공단으로 이전돼, 철도의 운영과 관제가 분리되면 철도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행정학회주최로 지난달 7일 열린 ‘철도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연세대학교 엄태호 교수 등은 “관제권 이동은 (국민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 권 팀장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관제권은 의사소통이 핵심이다”며, “(안전을 위해) 관제권뿐만 아니라, 현행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으로 나눠져 있는 철도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를 민영화한 영국의 사고 사례들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영국은 1997년 민영화한 이후 1997년 런던 싸우스홀 7명 사망, 1999년 런던 패딩턴역 31명 사망·400명 부상, 2001년 북부 셀베이 10명 사망·80명 부상, 2002년 포터스바 7명 사망·11명 부상 등 철도 안전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사고 원인은 통신 오류, 사업자간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 부재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 이현재 간사는 21일 ‘go발뉴스’에 ‘국토부 철도법 개정안이 KTX 민영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차기 정부 장관이 종합적으로 검토할 일”이라는 의례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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