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직접 나서 한홍구 교수 강연 예정대로 개최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문화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인문학 강연이 보수단체의 항의로 취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월, 노원구청에서 열린 인문학 강연도 보수시민단체가 한 교수의 성향을 문제 삼아 강연 취소를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구청측은 ‘종북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주최하기로 한 계획을 바꿔 마을주민회(관내 시민단체)로 변경해 강의를 열었다. (☞ 관련 기사 보러가기)
서대문문화원은 ‘2013 테마가 있는 역사 기행’이라는 제목의 인문학 강의를 지난 18일부터 (11월1일까지) 매주 금요일 서대문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25일에는 한홍구 교수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주제로 한국 현대사에 관해 강연 할 예정이었다.
이에 보수단체 블루유니온과 일부 구민들은 한 교수가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했고 NLL 포기발언,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며 강연회 취소를 서대문문화원 측에 요구했다. 이에 문화원 측은 “좋은 취지로 하려던 강연이었지만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구청에서 지원을 받는 문화원 입장이 곤란하게 돼 강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연회 취소를 요구한 블루유니온은 ‘go발뉴스’에 “한 교수는 김일성을 자수성가 형 민족영웅이라 칭하고 NLL을 국경선이 아니라는 발언을 한 사람”이라며 “사상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강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블루유니온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표현의 자유가 잘 보장 되는 나라가 어디 있나”며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분단 상황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한 교수가 지난 2004년 <한겨레21> 등에 기고한 칼럼 중 일부 내용이다. 당시 한 교수는 “김일성은 우리 민족의 가장 암울한 상태에 혜성같이 나타나 참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지도자”, “동학농민군의 꿈과 의병과 독립군의 꿈, 항일빨치산의 꿈이 담겨 있었던 그의 역사를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칼럼 내용과 관련 한홍구 교수는 ‘go발뉴스’에 “김일성이 항일운동을 한 사실은 인정하고 정당한 역사적 인식을 갖자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한편 취소된 강연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장소만 바꿔 예정대로 진행된다. 가칭 ‘역사왜곡을 반대하는 서대문 사람들’은 보수단체의 항의 때문에 강연을 하지 못 하게 된 것에 반발, 25일 홍제동 ‘서대문 근로자 복지센터’에서 한 교수의 강연을 예정대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열릴 강연회에서는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우리 현대사를 짚어보고 한국 사회에서 보수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