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국가기관, 트위터 여론형성 시도 자체가 불법”
검찰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의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 대선에서 올린 트위터 글이 5만5568건이라고 밝혀지자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 분야 전문가들은 충분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글이 대선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해 트위터업계에서는 단순히 드러난 수치만으로 트위터의 영향력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극히 일부의 인터넷 댓글이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식의 억지주장 등은 대선불복투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많은 국민들께서는 인터넷상 댓글로 대선결과가 좌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트위터관련 소셜네트워크업체 전문가는 “5만5000여 건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며 “삭제된 것이 훨씬 많은데, 아마도 5만 건이 아닌 5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미디어오늘>에 전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사이버상 여론이 정점을 찍었던 12월 16일 3차 TV 대선토론 때 국내 트위터 글의 양은 그날 하루만 160만 건이었다. 스티브잡스가 사망했을 때 전 세계에서 생산된 트위터 글이 170만 건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날 생산된 글의 규모는 정상범위를 넘는 수치다.
이 중 최대 20~30% 가량이 국방부나 국정원이 쓴 글로 추정하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전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 야권 성향 이용자와 여권 성향 이용자의 트위터 여론 비율은 70대 30이었는데, 2012년에 들어서면서 그 비율이 45대 55 정도로 역전됐다가 대선 이후 다시 회복됐다”며 “이 때문에 대선 때 들어왔다 빠져 나간 20~30%가 국방부나 국정원 쪽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 진보성향 트위터 이용자는 분산 약화된 반면, 보수성향 이용자는 되레 결집했다는 점도 트위터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한 근거로 분석됐다.
이 전문가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동안 보수 쪽에서는 욕설이나 거친 표현이 많다보니 이를 싫어하는 야권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은 많이 빠져나가고 심지어 트위터 사용자체를 안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며 “이에 반해 여권성향 이용자들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연계해 퍼나르고, 관심글은 단체카톡방에 자주 유통되면서 되레 결집효과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는 “단순히 트위터 글의 양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한 명이 얼마나 팔로워 또는 네트워크가 있는지, 노출된 글을 얼마나 봤는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국정원의 트위터 글이) 우파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과거 민주당 집권 10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했을 경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5만5589건의 트위터 글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사이버팀 요원 20명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 18일까지 작성 또는 재전송한 것으로, 단순 계산하면 요원 한 명이 하루에 특정후보 지지 비방 글을 평균 23.6건씩 작성 또는 재전송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 엄청나게 많이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트위터 관리를 많이 하는 사람도 하루 10건도 안 올리는 이용자가 태반”이라며 “이 정도 규모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트위터 글이나 리트윗 글이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겠는가하는 식으로 말하는 인간의 근본 사고방식이 문제다. 트위터 여론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대한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 아닌가?”(vbg****), “실질적인 영향이 있었던, 없었던 것과 상관없이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들과 군까지 동원해서 게시판과 댓글, 트윗 등의 작업을 한 것은, 대선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ins****), “단 한건의 글도 국가기관이 개입되면 안 되는게 포인트인데 저분들은 왜 애먼데다 초점을 맞추려고 어깃장이신지?”(log****) 등의 반응을 보이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