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일 전날인 12월18일까지 3개월여에 걸쳐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이미지·정책·후원 계좌를 집중 홍보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 글을 무더기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예비후보를 ‘종북’으로 몰아 폄훼하는 글도 대거 작성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한겨레>에 따르면, 민주당·정의당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최근 원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법원에 신청하며 새로 제출한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들의 선거·정치개입 트위터 글 5만5689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검찰이 지난 6월 원 전 원장 등을 기소하며 밝힌 불법 정치관여 글 1977건에 견주어 28배나 많은 분량이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2년 9월부터 12월18일가지 5만5689회, 하루 평균 501건을 확대재생산했다”며 “이는 규모와 파급효과에서 (댓글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선거개입”이라고 말했다.

▲ ⓒ'국가정보원'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국정원 직원들은 “확실하게 준비된 대한민국 1등 대통령 박근혜 후보”, “박근혜 마음도 넓다. 빨갱이 X새끼들하고 다퉈야 하니”, “박근혜의 친근한 미소, 문재인의 놀란 토끼 눈, 안철수의 느끼한 능구랭이 얼굴”, “박근혜 18년 된 에어컨 사용. 기초화장품은 직접 만들어 사용” 등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트위터 글을 작성했다.

아예 “박근혜 후보의 후원계좌 안내, 대선 승리로 가는 큰 힘이 됩니다”라며 후원 계좌번호를 적거나, “박정희 이름 석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는 등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트위터 글도 올렸다.

반면 국정원 직원들은 “종북인증 발찌 찬 문재인”, “문재인은 남북연방제-적화통일(공산화)을 이루겠답니다”, “‘문종북’ 캠프는 엔엘엘(NLL·북방한계선)을 북한에 주고 싶어 안달난 매국노다” 등 문 후보를 종북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글을 직접 작성해 트위터에 유포했다.

또 “김대중은 명대로 죽을 때가 되어서 죽었고, 노무현은 스스로 쪽팔려서 뛰어내렸는데…”라고 직접 쓰기도 했다. 안철수 예비후보에 대해서도 “안철수, 노무현을 잇는 적극적 반통일주의자”(직접 작성), “대통령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찰쓰(안철수 지칭)나 재인이가 대통령 할 바에 차라리 개나 소를 시키세요”(리트윗) 등 야권 후보를 폄훼하는 내용도 확인됐다.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온라인 선거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댓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수면 아래 보지 못했던 일부분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한 네티즌(ER**)은 “개인이 이런 소리를 해도 명예훼손으로 구속감인데 나랏돈으로 이 짓을 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군요”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플루***)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딴 짓이나 했다니 이거 시킨 사람이나 양심없이 하란대로 한 사람이나 월급 반납하던지 옥에 가두던지 해야죠”라고 분노했다.

이 밖에도 “국제적 뉴스 감이네요. 이정도 부정·관건 선거인데도 아무런 처벌 없다? 심지어 조사하는 검찰을 짜르고 검찰 총장까지 갈아치워? 후안무치도 그 끝이 없을 정도군요”(국정***), “헐.. 선관위는 뭐했냐. 저런 건 놔두고.”(호떡**), “아오 국가정신병원”(복지부***), “정권의 개로 변한 공중파 언론이 저런 내용을 보도 안하고 공론화가 안 되는 게 웃기네요”(BIit******), “뉴스나 신문에는 제대로 안 나오겠죠?”(초코**) 등의 비난 글들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