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윤석열 팀장이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되며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트위터에 선거·정치 관련 글들을 올린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 체포하는 등 수사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팀장이 교체돼 ‘특별수사팀 해제 시도’가 아니냐는 비난을 내놓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 팀장인 윤 여주지청장을 앞으로 수사는 물론 이미 기소된 사건의 공소유지 등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윤 팀장은 원래 근무지인 여주지청으로 복귀하게 된다. 윤 팀장의 자리는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이 대신할 예정이다.

윤 팀장은 전날 이뤄진 국정원 직원 3명에 대한 체포 과정 등에서 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전날 트위터에서 선거·정치 관련 글을 올리고 이를 퍼나른 정황을 포작해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 4명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윤 팀장은 사전에 검찰 상부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고 국정원에도 사전통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원은 검찰에 강력한 항의를 했고, 검찰은 윤 팀장을 전격 경질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가정보원'

<노컷뉴스>에 따르면, 검찰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수사팀이 해체됐고 여주지청장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놨다”며 “배제한 것이 아니라 여주지청장이라는 본인의 업무로 돌려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원 수사가 더욱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팀장을 배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며 갑작스런 윤 팀장의 경질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윤 팀장의 배제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특별수사팀의 사실상 해체 시도”라며 맹비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댓글 공작 작업에서 트윗공작 작업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담당수사지휘 책임자를 찍어내기 한 것”이라며 “사실상 수사팀을 해체해 더 이상의 수사와 공소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드려는 권력의 부당한 수사 외압”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왜 청와대가 그토록 유난을 떨어가며 채동욱을 검찰에서 축출했는지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채동욱은 물론 수사를 제대로 해보려던 사람은 권은희(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윤석열도 모두 지휘라인에서 쫓겨나고 있다. 검찰을 정치검찰로 회귀시키고 김기춘과 청와대 직속의 내시부로 전락한 검찰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비난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이럴 줄 알았다. 검사동일체원칙이라는 미명하에 있던 직무이전명령이 윤석열 찍어내기 수단으로 쓰일 줄이야. 거기에 더해 진상규명의 탈을 쓰고 감찰을 하라고...”라는 글을 올렸고, 박지원 의원도 “검찰총장대행께서 윤석열 국정원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 국정원 3직원 긴급체포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상규명 지시? 또 다른 감찰지시이며 제2의 찍어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양심 있는 검사들 어떻게 하나?”라고 비난했다. 

이날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 대검찰청 차장은 윤 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 파악을 지시했다.

이에 대검은 직무배제 배경과 국정원 직원에 대한 긴급 체포와 국정원의 이의 제기, 공소장 변경신청 경위 등을 파악해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지청장은 이날 검찰 지휘부가 수사 등에서 자신을 배제하자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신청을 마무리한 뒤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지청장은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가 있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 없이 급히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며 “나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