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 상경 투쟁 “우리가 뭘 잘못했나?”

“박 대통령이 직접 밀양으로 내려와서 보라”

정부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밀양 주민들이 직접 서울로 올라와 송전탑 공사 중단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밀양 주민 100여명과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부품 불합격 판정으로 신고리 3, 4호기 가동이 불가능해져 송전탑 공사 강행의 근거가 사라졌다”며 “송전탑 공사 중단과 밀양 송전탑 문제를 공론화할 합의 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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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밀양에서 새벽부터 대형 버스 2대를 나눠 타고 올라온 주민들은 대부분 7,80대 고령이었다.

올해 82살인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자치회장 김길곤 씨는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말을 못 하겠다”며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굶주리고 헐벗으면서 고생해 지금의 우리나라를 일군 사람들이다. 그런 어르신들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우리의 요구는 죽을 때 아름답고 깨끗한 고향땅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라며 “이런 어머니같은 할머니들의 마음을 막을 사람은 없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특히 김씨는 “옛날 독재 시대에나 하던 폭력을 (정부가) 그대로 휘두르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냐, 민주주의 국가냐, 공산주의에서도 이렇게 안 한다”며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를 비판했다.

지난해 1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분신한 밀양 주민 고(故)이치우 씨가 살던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한정래 씨는 “우리 마을에 돈 많은 사람 전(前) 시장의 사촌 땅이 있다고 해서 송전탑 2개만 세워도 되는 것을 마을 전체를 둘러 더 많이 세우려고 하고 있다”며 “왜 이 정부는 잘 사는 사람만 살게 하고, 못 사는 사람은 더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절규했다.

한 씨는 이어 “신고리 원전에 불량부품을 써서 가동을 못 한다고 들었다”며 “돈을 빼돌리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더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것은 조사도 제대로 안하고 왜 우리처럼 농사 잘 짓고 화목한 마을을 서로 싸우게 하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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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문 앞에서 15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밀양 단장면 김종회 씨도 참석해 밀양 주민들과 20여일 만에 만났다.

김씨는 “이 나라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지켜주고 힘없는 약자를 지켜줘야 되는데 왜 이렇게 서민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김씨는 “지금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질문에 정부도 경찰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분명히 서민을 위해 정치한다 했는데 자기 뜻과 다르다고 공권력을 동원해 할머니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박근혜 정권이 잘못 된 것이다”며 이같이 규탄했다.

단장면 주민 송루시아 씨도 “박근혜 대통령은 가정폭력, 학원폭력 등 4대악을 근절한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정부가 주민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것이 폭력”이라며 “박 대통령이 한번만이라도 밀양으로 내려와 직접 현장을 보고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밀양 주민들은 그 동안 송전탑 문제에 관심 갖고 지지를 보낸 국민들을 향해, 송전탑 765kV를 의미하는 765배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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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절을 올리는 동안 밀양 주민대표 이남우 씨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명분이 사라진 밀양 송전탑 공사의 즉각적인 중단과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책임자 처벌, 송전탑 논의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 등이 담긴 공개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후 주민들은 이후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으로 이동해 조환익 한전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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