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자고 남 죽이는 세상 미래 없어”
정부와 한전이 추석 직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76개 환경시민단체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3일 오전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공사 중단과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룰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또한 밀양 송전탑 건설은 핵 발전 확대정책의 연장선상이라고 규정짓고, 정부의 핵 발전 확대를 비판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대표를 맡고 있는 양재성 목사는 “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인 핵 산업을 고수하는 정부는 이를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목사는 이어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국민과의 불통을 넘어 무통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밀양 주민들의 8년 투쟁이 온몸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나눔문화 사회행동의 김재현 팀장은 “우리는 보상 10원도 필요 없다. 그냥 살던 땅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며 “나 살자고 남 죽이는 세상에 미래가 있나”라는 밀양 주민들의 말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개별세대에 평균 400여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주민보상안을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반대 측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표성 없는 주민들과의 합의를 전체 주민 의견인 것처럼 보이게 해 공사를 재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정부와 한전은 주민 동의도 없이 ‘자칭 대표’에 의해 체결된 보상안 합의로 송전탑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보상안에 대해 실시한 서명에서 주민의 2/3가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밀양송전탑은 더 이상 밀양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공사가 강행된다면 많은 시민들이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는 고리 핵발전 단지에 12기 핵발전소 가동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고, 그 일환으로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려 애쓰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사고와 원전비리 사태로 핵 발전 확대 정책은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9일부터 매일 광화문 광장에서 밀양송전탑 건설과 핵 발전 확대 정책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