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다→높히다, 세자빈→세자비 맞춤법 등 오류도 1000곳 이상
역사 왜곡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저자 약력을 허위로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저자는 검정심사 제출 서류에 한번도 근무한 적 없는 특정연구소 연구원이라고 허위기재해 검정합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 6명의 저자 중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3명의 현직 교사 외에 통일미래사회연구소에 근무 중인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 저자는 한번도 이 연구소에 근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 소장은 <경향>에 이 저자가 연구소의 회원이긴 하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연구를 함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소 멤버 중 한 명이 ‘제자가 박사과정까지 했는데 중·고교 기간제 교사로 있다. 소속이 마땅찮으니 연구소 이름을 쓰도록 해 달라’고 부탁해 학술대회 정도에 연구원 소속을 밝히는 것인 줄 알고 허락했다”며 “교과서에 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저자가 지난주 직접 전화를 해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미안하다’며 교과서에서 연구원 이름을 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경향>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의 저자 소개란에는 이 저자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 수료를 한 뒤 통일미래사회연구소에 근무 중인 것으로 나와 있다. 또 3단원 ‘조선유교사회의 성립과 변화’, 4단원 ‘국제질서의 변동과 근대 국가수립’ 부분을 집필한 것으로 소개돼 있다.
그러나 그는 한중연에서 집필단원과 상관없는 고대사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저자는 <경향>과의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묻자 “연구원이 맞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유 의원이 올 1월 교학사가 국사편찬위원회에 제출한 검정심사제출서류를 확인한 결과 이 저자는 본인의 주요 약력으로 2008년 3월부터 현재까지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기재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는 “본인 등은 검정심사 과정 및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부조리한 행위로 각종 법률 및 규정을 위배할 때에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38조에 의거 검정합격 취소 또는 발행권 정지 등 어떠한 조치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각서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집필자가 허위서류를 검정심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각서상의 부조리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합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한글 맞춤법 등 오류가 1000개 이상 발견됐다는 주장이 잇따르며 해당 교과서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7일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전·현직 교열기자들이 만든 교열전문회사 ‘가갸소랑’에 의뢰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오·탈자 및 띄어쓰기, 비문, 외래어 표기 등의 오류가 모두 1000곳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교학사 교과서는 ‘높이다’를 ‘높히다’로, ‘치르다’를 ‘치루다’로, ‘세자빈’을 ‘세자비’로 잘못 쓰는 등 기본적인 맞춤법을 틀렸고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테오도르 루스벨트’로 쓰는 등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과서 같은 쪽에서도 ‘북경’과 ‘베이징’, ‘흑룡강’과 ‘헤이룽장’, ‘요동’과 ‘랴오둥’등 같은 단어를 한자음과 현지음으로 번갈아 표기해 마치 다른 지명처럼 보이게 하는 혼란을 주는 사례도 수십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도 의원은 <경향>에 “띄어쓰기와 맞춤법 등에 대한 채점표상 점수가 12점이나 되는데 거의 모든 쪽에서 우리말글 사용의 오류가 발견된 교학사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단순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닌만큼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채점표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