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기재부장관‧중앙정부 태도에 ‘절망의 벽’ 느껴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단위기에 놓인 0~5세 무상보육을 위해 2천억원의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5일 오후 박원순 시장은 시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수수방관하는 중앙정부를 기다릴 수 없어 서울시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며 “올 한해 서울시의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도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단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만 한다”며 “더 이상 이렇게 지방 재정을 뿌리 채 흔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다”며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방채 발행 배경에 대해 “올해 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상보육비 부족분 3708억원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시민의 기대와 시민의 희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규모는 3708억원의 무상보육비 부족분 중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1355억원을 제외한 2000억원 정도다. 서울시는 정부 지원금과 지방채 발행 등으로 연말까지 지급해야 할 무상보육 재원을 충당할 방침이다.
박 시장은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이 정부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장관은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며 “돈이 없어 쩔쩔 매고 추경은커녕 감추경이라도 해야 하는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추경하면 돈 주겠다’는 중앙정부의 태도에 서울시는 커다란 절망의 벽을 느꼈다. 서울시가 이 정도인데 말도 못 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다른 시, 도 지자체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무상보육 재정문제는 서울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며 “건강한 지방 재정을 위해 중앙 정부가 지금처럼 밀어붙이기식 재정 편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상보육은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무상보육 정책과 재정 모두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회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무상보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답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세수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에도 뼈를 깎는 세출구조 조정과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추경편성을 하기로 한 결단에 환영의 뜻을 보낸다”며 “정부와 국회는 무상보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은 2009년 금융위기 때 6900억원을 발행한 이후 4년 만으로, 이 가운데 절반은 갚은 상태고 나머지는 내년에 상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