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함세웅‧황석영 등 남재준 ‘경질’ 요구
사회 각계 원로 82명이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의 재구성 수준의 개혁과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 확대 등의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3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한승헌 변호사, 함세웅 신부, 황석영 작가 등 사회각계 원로 82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이 자신과 무관한 일인 듯 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사태는 국정원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집권세력의 은폐·옹호 기도가 보여주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위기”라며 “정보기관의 공작적 정치개입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다”고 밝혔다.
이어 “1987년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정보기관의 비정상적인 국정개입을 차단해 나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그러나 현 정부와 여당은 전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상을 신속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대신 이를 현 집권세력과는 무관한 과거의 문제로 넘기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원로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각계 원로들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 앞에서의 정직성이다. 이는 박 대통령 스스로 강조해 온 ‘신뢰와 원칙’과도 통하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까 우려하거나 자신이 임명한 공직자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려 한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최대 자산을 상실하고 국정운영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최근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대해서도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만일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대로라면 관련 인사들은 실정법 위반 여부를 떠나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을 한참 벗어났음이 분명하다”며 “다만 많은 양식 있는 국민들은 수사발표 시기와 혐의사실의 대대적인 언론유출을 수반하는 방식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법 적용 문제에 있어서도 그간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깊은 우려를 갖고 있음을 정부와 수사기관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종된 정치의 역할을 되살릴 것 △국정원의 재구성 수준의 개혁 필요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개혁공약 지킬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시국회의’는 2학기 개강에 맞춰 2일부터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정원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오는 28일까지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