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공작’ 상세한 ‘업무 매뉴얼’도 존재

댓글·게시글 개수 등 ‘윗선’ 거쳐 원세훈에 ‘활동 보고’

국가정보원이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정치 및 선거 관련 게시글·댓글 활동을 시키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감시가 이뤄지는 자리는 피할 것’ 등의 상세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겨레>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은 매일 자신들이 작성한 게시글 목록 등을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은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에 투입하기에 앞서 ‘업무 매뉴얼’을 작성해 교육했다. 업무 매뉴얼에는 ‘외부에서 사이버 활동을 할 때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이용하지 말 것’, ‘국정원 청사 근처에 있는 카페는 출입을 자제할 것’, ‘카페 이용시 CCTV 감시가 주로 이뤄지는 계산대 인근 자리를 피할 것’ 등 상세한 활동 및 보고 방식이 담겼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보기관은 어떤 업무를 할 때 활동 및 보고 수칙 등을 정교하게 만든 뒤 업무를 시작한다”며 “절대로 업무를 직원들의 재량에 맡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팩트TV'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팩트TV'

<한겨레>는 심리전단 직원들이 업무 매뉴얼에 따라 활동한 뒤 그 내역을 날마다 상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보고 내용은 자신들이 작성한 인터넷 게시글의 목록과 개수,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의 특이동향 등이었다. 직원들의 활동 내역은 ‘파트장-사이버팀장-심리전단장-3차장’을 거쳐 원세훈(62) 전 국정원장한테 보고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도 국정원 심리전단의 업무 매뉴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이같은 활동이 이뤄졌다는 걸 입증할 여러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은 원장의 지시가 없는데도 알아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지난 6월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때 “국정원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행위라기보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기소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정치·선거 개입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국정원장의 지시와 직원들의 댓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은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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