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점 고려해 달라”
황보건설 대표 황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2) 측이 보석청구심판에서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겠냐”면서 “사법부가 옛날로 돌아간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보석청구심판에서 원 전 원장은 “내가 왜 이 자리에 섰는지 모르겠고 죄송하다”면서도 “황모씨와 돈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다”며 범죄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구속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지난달 31일 재판부에 보석허가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굳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수사단계에서야 구속수사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황보건설 대표도 구속된 상태라 접촉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미 출국금지가 돼 도망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측은 “이번 사건은 국가최고정보기관의 수장이 사기업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알선 해준 사건으로 범죄가 중대하고, 피고인은 구속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은 ‘4년간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원 전 원장은 여전히 사회 각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고,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어 보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르면 오늘 보석여부를 결정한다. 첫 공판은 다음달 11일에 열리며, 이날 핵심증인인 황보건설 대표 황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 전 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을 동원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 6월 불구속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