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 “장기전이라도 끝까지 지켜보고 촛불 들 것”
평일인 금요일에도 국가정보원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촛불이 광장에 모여 뜨겁게 타올랐다. 철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던 시민들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된 국정조사에 분노하며 특별검사 임명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23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9차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특별검사 임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우원식 최고위원은 무대에 올라 “온갖 방해를 일삼고 도망 가버리는 새누리당을 붙잡고 하나하나 노력했지만 실체를 밝히는데 역부족이었다. 죄송하다”며 시민에게 사과했다.
우 의원은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댓글을 달아서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이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들이 국기문란을 일으키고 우리의 민심을 왜곡해 억울하게 지난 대선에서 우리가 패배하게 됐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고 침묵 중인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중요한 증인은 채택되지 않고 채택된 증인마저 선서를 거부하고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썩어빠진 한국사회 기득권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현 상황에서 특검이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이 모든 걸 밝힐 수 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몸통을 찾아내는 것은 전 국민이 대한민국 모든 곳에서 정의의 촛불을 들 때 가능하다”고 외쳤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박 대통령의 침묵을 강하게 비판했다. 천 대표는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하는 자리며 때로는 그 정부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해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될 때 숙이는 자리”라며 “수십년 전의 제주도 4·3사건을 60년 뒤에 대통령이 제주도민에게 사과했다”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꺼냈다.
천 대표는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행동해야 한다. 국민 앞에 잘못한 것을 사과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부끄러워 한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자신이 왕이나 여왕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고 비난했다.
대회에 참가한 촛불시민들은 국조가 끝났음에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대문구에서 온 이모씨는 ‘go발뉴스’에 “당장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진실을 밝히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끝까지 지켜보고 촛불을 들기 위해 참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마포구의 김모씨는 “국정조사가 많은 걸 못 밝혀내 아쉽다. 하지만 특검으로 좀 더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힘을 보탤 것이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온 광진구 서모씨는 “여름을 광장에서 보내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더 좋은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국회의 측은 이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특검수사를 촉구하는 100만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동참을 요구했다. 모아진 서명은 국회에 특검을 요구하는 청원서와 함께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다음달 14일 대규모 범국민 촛불대회를 예고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밝혔다. 오는 30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보수단체 500여명(경찰추산 3천명)은 이날 촛불대회가 열린 청계광장 맞은편 동화면세점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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