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바로 서야 국민도 깨는 것”…민심 외면 언론에 ‘쓴소리’
10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 모인 5만여명(경찰추산 1만6000여명)의 시민들은 광장을 가득 메우고 한 목소리로 국정원 개혁과 철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날은 지난 6월 28일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범국민촛불대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이날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거듭 파행을 겪고 있는 국정조사에 답답함을 느껴 광장으로 나왔다며 국정원에 의해 납치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촛불을 더 높이 들어 올렸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김모씨(86)는 ‘go발뉴스’에 지난 대선에 대해 “유사 이래 최고의 부정선거”라고 꼬집으며, “나이가 많아 인터넷을 하기 어려워 무슨 말을 하는지 직접 듣기 위해 나왔다”며 집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나온 걸 보니 위로를 받는다”며 “대통령보다 더 무서운 국민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이번 사건이 잘 해결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과 참석한 이형준씨(40)는 “대학시절 우리 자식들에게는 이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학생운동을 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게 황당하다”며 “아직도 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려줘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 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천 서구에서 온 김진복씨(51)는 “위정자들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말하며, “민주당도 혁파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동안 30년 넘게 민주당을 지지해왔다”고 말하면서도 “이제는 민주당을 개혁해 새로운 밭에 새로운 씨를 뿌려 새로운 정치세력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상파 언론의 침묵에 분노를 내뱉는 시민도 있었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씨(28)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저널리스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언론은 돈과 권력에 약하다”고 지적했고, ‘go발뉴스’의 취재 부스에 찾아온 한 60대 노인은 “꼭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 보도하라”면서 “제대로 된 언론이 되어야 국민도 깨는 것”이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서울광장 맞은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보수 시민단체 5000여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맞불집회 성격의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가 열렸다.
한편 제6차범국민촛불대회를 개최한 ‘시국회의’ 측은 오는 14일, 예정대로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4일은 국정조사의 첫 청문회가 예정돼 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