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웅‧이해동 등 종교인 6명…의원직·당대표직 사임 요구
박정희 정권 당시 ‘3·1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카톨릭, 개신교계 종교인들이 당시 배석판사였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3·1 민주구국선언’ 당시 구속됐던 문동환·이문영·이해동·신현봉·문정현·함세웅 등 6명의 종교인들은 19일 “사건 당시 판결을 선고한 황우여 대표에게 지난 잘못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국회의원직과 당 대표직을 사임할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당시 재판에서 황우여 판사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있는 그대로 낭독하는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했다”며 “이러한 과거를 지닌 황우여 대표는 국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자리인 여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197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미사에서 종교인들은 마무리 기도 대신 “우리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긴급조치를 곧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투옥된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언론·출판·집회 등의 자유를 국민에게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는 내용의 ‘3·1 민주구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삼일절 기념미사가 끝난 이튿날 검찰은 ‘3·1 민주구국선언’이 “재야인사와 목사, 신부 등이 모여 민중 봉기를 획책하고, 국내외 정세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며, 외세를 이용해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고자 하는 등의 ‘정부전복 선동사건’”이라고 사건을 조작해 서명자들을 기소했다.
당시 선언문에 서명했던 사람은 문익환 목사를 비롯, 함석헌·윤보선·김대중·문동환·이문영·정일형 등 10명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서명에 참여했던 문익환 목사 등 11명을 구속하고, 이태영 변호사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서명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유신체제는 법적 절차의 당위성이 없다 △유신헌법을 성립시키는 국민투표 과정과 내용에 정당성이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유신헌법의 목적에도 당위성이 없다 △유신헌법 자체가 독재적인 헌법으로 민주공화국으로서 당위성이 없다’며 검찰의 기소 내용 자체가 허위이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76년 8월 3일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용, 관련자 전원을 유죄 판결했다. 이 판결 당시 황우여 대표는 재판부의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이로부터 꼬박 36년 3개월만인 지난 7월 3일, 법원은 재심에서 긴급조치 9호의 위헌 판결에 따라 3·1 민주구국선언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76년 재판에서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고 주장한 검찰도 무죄를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는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며 자리에 참석한 피고인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무죄판결을 내리며 과거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반성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당시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