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위반 혐의…김대중·문익환 36년만에 무죄

재판부 “피고인들의 헌신,민주주의 발전의 기틀 됐다”

유신정권 시절 ‘3·1 민주 구국선언’을 해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문익환 목사가 36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이규진 부장판사)는 김대중·윤보선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함석헌 선생, 문정현·함세웅 신부 등 16명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를 비판하며 “우리나라는 1인 독재로 자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제도가 말살됐다”는 민주 구국선언문을 낭독해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고, 각각 징역 2~5년에 자격정지를 선고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대통령 긴급조치법의 위헌성은 굳이 헌법정신에 반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기도 부끄러운 조치로써당시의 발동요건 문제나 목적성의 한계,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 당연 위헌 무효가 되는 조치로, 이 법을 적용한 판결 역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며 “재심 판결에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1976년 3월 1일 민주 구국선언문 발표 후 명동 성당 앞에서 촛불 시위 중인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기념사업회
1976년 3월 1일 민주 구국선언문 발표 후 명동 성당 앞에서 촛불 시위 중인 故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기념사업회

이날 재판에는 이희호 여사와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 등 유족들이 재심청구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희호 여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김대중 대통령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라며 “피고인들은 모두 죄없이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제라도 무죄가 선고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여사는 이어 “언제든지 사법부가 바르게 판단해 모든 사람들이 죄없이 수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무죄 선고 판결을 환영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결정”이라며 “재판부의 판시 그대로에 동의한다. 故 김대중 대통령이 닦은 민주주의, 더 이상 물러서지 않도록 민주당이 맨 앞에서 싸우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반겼다.

36년만의 무죄 판결에 네티즌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chun****)은 “긴급조치 자체가 박정희 유신독재를 위해 헌법질서를 유린한 반역행위”라며 “진작 복권이 됐어야 할 일이 36년이나 걸리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네티즌(ojj0*****)은 “36년 걸렸네 이런 코메디 나라”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희생 잊지 맙시다”(ka23****),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 다행이다”(khta****),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해 이만큼 누리고 사는 세대로서 정말 감사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을 기억하고 공부해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snt5****), “박정희의 반란 혐의는 언제 확정되는 겁니까?”(ㄱ**), “저분들이 목숨걸고 지켜낸 민주주의가 지금 또 위기를 맞고 있다”(평*),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과거 박정희의 유신 헌법. 유신헌법보다 더 부끄러운 현재..”(몰**) 등의 다양한 의견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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