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치열함 없다…이제라도 자기전략 갖고 끝까지 임해야”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지 사흘 만에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집회를 여는 등 투쟁 강도를 높였다. 거리로 나온 민주당에게 시민들은 ‘늦었다’고 날선 비판을 던지면서도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마음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일 오후 6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보고대회는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천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경찰의 댓글 수사 은폐장면이 담긴 CCTV가 무대 화면을 통해 보여 지자 시민들은 분노하며 관련자들의 처벌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지난 4차 촛불집회에서 청소년과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한 장면과 박근혜 대통령의 “저는 모릅니다”라는 발언이 담긴 영상을 편집한 패러디 영상을 보며 환호 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담판회담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을 외면하고 외면할수록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 한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이기도 한 도종환 의원은 단상위로 올라와 ‘상선암에서’라는 시를 낭독했다. 도 의원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시 낭독’이라고 설명하며, “여러분들이 희망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있는 순간이 희망입니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하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맞춰 입고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합창했다. 노래가 흘러나오자 시민들은 함께 따라 불렀고 반주가 끝나면 ‘앵콜’을 외치기도 했다.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민주당의 뒤늦은 장외투쟁에 격려의 말을 전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성남시에서 온 한 시민은(남·52)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인지되었던 5월부터 국민들과 함께 나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너무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 했던 것 같다. 새누리당이 증인출석 거부 등 방해 작전을 할 것이 당연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흐지부지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한 참가자는(여·24) “지금까지 민주당이 ‘새누리당 이중대’라는 소리를 들어온 이유가 국정조사에서도 드러난 것 아니겠냐”며 “민주당은 치열함이 없는 것 같다. 장외투쟁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하니 만 못하다”며 민주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대학생 참가자는(여·20) “신문에서 공지를 보고 화가 나서 친구와 함께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람들이 다 아는 진실을 혼자만 ‘모른다’고 우기는데 국민들을 너무 바보로 아는 것 같다”고 침묵하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양대학교 동문모임으로 참가했다는 시민은(남·39) “지금까지 촛불집회가 4차례 이상 있었는데 한 번도 민주당이 함께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국정조사에서도 새누리당과 정부가 주도한 NLL 물타기에 휩쓸린 면도 없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시민은 이어 “앞으로도 만만치 않은 길이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 스스로 ‘자기전략’을 갖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끝난 후 제5차 대국민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