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시 풍조 vs 회생가능성 없는 연명치료 무의미 의견 ‘분분’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신이나 가족의 결정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추진된다. 하지만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과 병원의 결정만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기에 생명을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2013년 1차 회의를 열고 '무의미한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을 심의해 최종 확정했다.
생명윤리위는 환자가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특수 연명치료 중단 여부 결정, 환자의 일기장이나 가족의 증언에 따른 '추정 의사' 인정, 가족 또는 후견인의 대리 결정 등을 연명치료 중단 법률안에 담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생명윤리위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으며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급속도로 임종 단계에 접어든 환자다. 이런 의학적 상태에 이르려면 의사 2인 이상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한다. 즉,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 자신이 현재 또는 곧 닥칠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관련 절차에 따라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뚜렷하게 밝힌 경우에만 허용된다.
그러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도 없고, 환자의 뜻을 추정할 수도 없을 때에는 대리인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 성년후견인 등의 적법 대리인, 그리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부모, 자식) 등 가족 ‘전원’이 합의하고 의료인 2인이 동의할 때는 가족이나 적법 대리인이 환자를 대신해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지만 대리 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명치료 중단 법률안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실제 입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의식 불명의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과 병원 합의로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 ‘생명 경시’라는 시각과 회생 가능성이 없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분분했다. 한 네티즌(jiji***)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라는 게 있나?”라고 반문하며 “의료계에 이 같은 생명경시풍조가 팽배하면 회복 가능한 환자에게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fact****)은 “가족의 대리에 의한 결정은 과정상 실수, 착오, 경제적 급부와 관련한 고의성 등 많은 법적분쟁과 본인의 의사와 달리 생명권을 박탈당하는 반인권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 밝혔다.
반면,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한 네티즌(bsy0****)는 “사실상 돌아가신 것이나 마찬가지인분을 의미 없이 생명만 연장해놓은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며 “생명을 함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병원 측에서 지지부진하게 연명만 하며 환자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110j****)도 “자신의 존엄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안락사를 선택하는 환자를 도와야한다. 절차는 엄격해야 하지만...”이라고 말했고, 이 밖에도 일부 네티즌들은 연명치료 중단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서 가족이 대리 결정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인권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go발뉴스’에 “무의미한 연명치료와 관련해서 법제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지금의 논의 또한 우리 공동체가 좋은 해답을 얻기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 제정 과정과 관련해 오 국장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치료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진료비의 과중한 부담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