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서 화려한 제막식 ‘성료’…신연성 LA총영사 끝내 ‘불참’
‘약속과 기회의 땅’ 미국에서 꼭 1년 만에 큰 꿈이 이뤄졌다.
30일(이하 미국시간) 해외 최초로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글렌데일시 중앙도서관 앞 공공부지에 건립되는 역사적 순간이 현실화된 것.
성폭력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표 자격으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는 3시간여 넘게 장시간 진행된 빡빡한 일정에 지칠 법 했지만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견지해 참석자들로 하여금 감동 그 이상을 전했다.
사실 이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1년 전에 이뤄진 소중한 약속이다. 지난해 7월 30일 글렌데일시는 미국 연방의회의 ‘위안부’ 결의안(HR 121) 채택 5주년을 맞아 ‘한국 일본군 위안부의 날(Korean Comfort Women Day)’을 지정했었고, 이 자리에 김복동 할머니를 초청한 바 있다.
당시 글렌데일시의 기림비 건립계획을 전해들었던 김복동 할머니는 “반드시 생존해 소녀상이 해외에 세워지는 역사적 순간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봄으로써 일본 측의 반인륜적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는데 일조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그 꿈이 보란듯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이에 감명했는지 김복동 할머니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한국 정부도 솔직히 잘 나서주지도 않고 더욱이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망언을 거듭해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모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펼쳐온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다”며 “그래서 아예 해외로 나아가 전세계를 상대로 일본의 만행을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품었는데 그 결실이 첫 열매를 맺었으니 벌써 절반을 이룬 셈”이라고 감격해 했다.
이러한 할머니의 뜻이 전달되었는지 이번 제막식 현장에는 ABC, CBS, CNN, NBC 등 방송사와 LA타임스 등 주요 신문, 그리고 NHK, 마이니치 등 일본 주류 언론들도 다수 참석해 취재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로써 글렌데일시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해외 최초의 도시임을 만방에 알리게 됐다.
더욱이 LA주재 준 니이미 일본 총영사를 비롯 일본계 커뮤니티의 거센 반발을 뚫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찬성표(4대 1)를 던진 4명의 글렌데일 시의원들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진정으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은 꼭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특히 시장으로 있을 당시 주도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이끌며 미국과 한국을 오갔던 프랭크 퀸데로 시의원은 “오늘 이 순간 감회가 너무 새롭고 할머니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다”고 운을 뗀 뒤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부 일본 커뮤니티의 그릇된 생각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이자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김복동 할머니와 첫 대면을 하게 된 ‘평화의 소녀상’에게로 쏠렸다.
‘위로’의 상징적 의미를 담은 보라색 베일이 벗겨지고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자 김복동 할머니는 ‘평화의 소녀상’을 향해 묵묵히 다가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곁에 앉아 손을 살포시 어루만져 주었다.
바로 그 빈자리가 먼저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숙연한 공간임을 알기에 김복동 할머니는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며 그들을 추념한 것이다.
이날 일본 커뮤니티의 움직임도 무척 분주했다. 이에 따라 일본 취재진들의 열기도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주민대표 마이클 고다마 씨는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HR 121 법안제정, 글렌데일시가 지정한 위안부의 날, 그리고 소녀상 건립 등 이 모든 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막식에 연설자로 나선 시민단체 NRCC의 캐시 마사오카 대표는 회원 10여명과 함께 단상에 올라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은 과거사에 대해 진정을 담은 반성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김복동 할머니를 향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이러한 뜻 깊고도 성대한 행사에 직접 참석하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고 향후 단체를 이끌어가는 데 큰 지표가 될 것 같다”며 “먼저 세상을 떠나시거나 아직 살아계신 할머니들의 깊은 한과 설움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나비 프로젝트’를 끝까지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go발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며 열렬한 팬임을 밝힌 어바인 거주 매니 백-써니 박 부부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오늘 하루 휴가를 내 특별히 참석하게 됐다”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어바인 등 여러 도시로 나비 프로젝트가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제막식에는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 가주한미포럼 윤석원 대표 등 주요 관계자, 소녀상을 만든 작가 김운성-김서경 부부, 프랭크 퀸데로 전 시장 포함 4명의 시의원, 그리고 한인단체 주요 VIP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신연성 LA총영사는 끝내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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