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경력기자 모집…MBC ‘시용기자’ 재현?

허재현 “양심적인 언론인들 보이콧 하길”

<한국일보>가 편집국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인지 19일만에 기자 수십명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 파문이 거세다. 사측의 채용 공고는 대체 인력을 투입해 ‘짝퉁 신문’ 발행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비춰져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한국>은 1면 사고를 통해 “한국일보가 글로벌 미디어 시대를 이끌어 나갈 경력기자를 모집한다”며 “한국일보 제2의 도약을 함께 할 유능한 인재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은 “1954년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출범한 한국일보는 내년에 창간 60주년을 맞는다”며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함께 성장해 온 한국일보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정통 중도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꿋꿋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집 부문 및 인원은 ‘취재·편집·디자인 경력 기자 ○○명’이며 지원자격은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로 신문사, 통신사, 방송사 경력 2년 이상’이다.

1면에 실린 채용 공고 ⓒ'한국일보'온라인판 캡처
1면에 실린 채용 공고 ⓒ'한국일보'온라인판 캡처

이 같은 채용공고는 사측이 <한국>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체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뜻을 보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박진열 사장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통해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많은 독자들과 광고주, 그리고 지사 지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하루속히 정상적인 신문 제작에 참여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어 “5일까지 참여하지 않으면 경력사원을 뽑아 신문제작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임을 알려드린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김주성 기자는 페이스북에 “편집국을 용역을 동원해 막고 기자들을 쫒아내더니 이제는 경력기자를 뽑겠다며 사고를 냈다”며 “어제는 협박 문자를 보내더니 갈 때까지 가는구나”라고 비난했다.

김 기자는 “작년 MBC가 생각도 나지만 이 난리통 와중에 용역들이 지키는 편집국에서 기자 하겠다고 원서 넣는 무뇌아들은 없길 기대해본다”고 꼬집었다.

대체인력 투입 소식에 언론인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허재현(@welovehani) 기자는 트위터에 해당 뉴스를 리트윗하며 “MBC 파업할 때가 떠오르네요”라며 “부디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보이콧 하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영호(@ghyh44) 칼럼니스트도 “한국일보 경력기자 모집한다고? 용역깡패 동원해 편집국 폐쇄, 연합뉴스로 도배한 ‘연합일보’ 찍더니”라며 “기자를 집단교체하겠다는 게지! 제호만 한국일보인 가짜 한국일보는 누가 보겠나? 선대가 어떻게 일군 신문인데 망하는 길로만 가나? 아버지 앞에 부끄럼을 알라!”며 일침을 가했다.

대체 인력 투입 계획이 장재구 회장의 감정적인 ‘분풀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강성남 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go발뉴스’에 “편집국 개방이 최우선이다. 일단 편집국이 정상화 된 다음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사측의 채용 공고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기반이 흔들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 사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편집부 김영환 차장 ⓒ'한국일보' 트위터
3일 서울경제신문 사옥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편집부 김영환 차장 ⓒ'한국일보' 트위터

강 위원장은 “사주의 책임을 어떻게 지고 갈 것인가가 핵심인데 기자를 새로 채용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장재구 회장이 문제 해결보다는 대단히 감정적으로 본인의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노사는 지난달 24일부터 정상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석 부회장을 대표로 한 협상을 이어왔다. 협상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비춰 <한국>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인 빚 탕감을 위해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보복 인사’라고 편집국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사측은 지난달 15일 20여명의 용역 업체 직원들과 한국일보 편집국에 들이닥쳐 당직 기자 2명을 건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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