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언론의 자유, 경영․자본의 자유 아니다”
<한국일보>의 편집국 봉쇄 사태가 2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 교직원, 학생들이 공동으로 <한국일보>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작가회의도 “언론의 자유는 경영과 자본의 자유가 아니”라며 검찰의 투명한 수사를 요구했다.
서울대 4개 단체(교수협의회·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총학생회)는 2일 “한국일보 경영진은 편집국 폐쇄 조치를 풀고 정상적인 신문 발행을 해주길 바란다”며 “한국일보 자체적으로 윤리경영을 펼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앞서 사측은 지난달 15일 20여명의 용역 업체 직원들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편집국에 들이닥쳐 당직 기자 2명을 건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봉쇄했다. 이후 지금까지 10여명의 기자가 편집국을 지키며 <연합뉴스>기사로 도배된 ‘짝퉁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4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최근 ‘한국일보 경영진이 편집국을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경영진의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기자들에 대하여 기사 작성·송고 전산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채 경영진의 뜻에 따르는 극소수의 인원들만으로 비정상적인 한국일보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당황스러웠고, 우리의 좋은 전통이 훼손되는 절망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국일보의 가치는 재화로서 보다는 정론을 펼치는 언론의 표상으로서의 의미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가치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일보 스스로 사시에 걸맞는 올바른 윤리경영을 펼쳐야 하고 부족함에 대해 언제나 가차 없는 자기성찰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일보 스스로가 결함을 감추고 부조리를 강행하여 분란을 조장하는 처사는 제 눈의 들보는 모른체하고 남의 티끌을 흠잡는 형상으로 어떤 미사여구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금 편집국 밖에서 취재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애쓰는 대다수의 기자들을 볼 때, 한국일보가 많은 것을 잃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언론의 핵심기능 마저 잃은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면서 정상화를 촉구했다.
또한, 한국작가회의도 이날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편집국 봉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누군가는 이번 사태를 기업 내부의 문제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란 사주가 언론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와 언론인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언론의 자유는 경영과 자본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찌라시’와 ‘짝퉁’이 신문이라는 가면을 쓰고 언론 행세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한 언론사의 구성원 절대 다수가 참여하지도 않고 동의하지도 않는 기사로 만들어진 신문을 읽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검찰에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노조 비상대책위원회는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인 빚 탕감을 위해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보복 인사’라고 편집국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중 편집국이 운영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