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민족과 민주의 도시 대구, 어쩌다 이리 됐나”
대구교육대학이 ‘5.18 광주항쟁 특별강좌’의 장소를 끝내 불허해 본관 로비에서 강의가 이뤄진 가운데, 행사 주최 측은 대구교대가 ‘5.18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 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강의 불허 방침에 네티즌들은 ‘지역 정치색’을 지적하며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이럴 수 있나”고 비난하는 등 대구교대가 때 아닌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와 ‘5.18민중항쟁 33주년 대구경북행사위원회’는 11일 오후 대구교대가 특강 불허를 고집하자 강의 장소를 본관 로비로 옮겨서 진행했다. 강의 주제는 ‘끝까지 도청에 남은 사람을 기억하자’에서 ‘어쩌다가 대구가 이렇게 됐나’로 바꿔 대구의 근현대사와 보수적인 현재 모습에 대해 강연했다.
이와 관련, 김두현 행사위원장은 12일 ‘go발뉴스’에 “대구 교대가 공식적으로는 학교 행사가 아니고 주차 문제 등 학사 행정에 불편이 있다며 장소를 내 주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비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대구 교대가 5.18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정황적 증거들이 있는 걸 볼 때 같은 맥락에서 강의를 불허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진행하는 체육행사 때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 대해 묵념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본부 측의 강력한 반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구교대는 5.18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답변하지 않겠다’,‘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등 이런 발언과 정황을 볼 때 학교 당국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겠나”며 “앞으로 진행될 장소 문제에 다시 생각해보겠냐고 물으니 ‘그럴 생각 없다’고 단호히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대구교대 사무국은 ‘시설물 사용 요청에 대한 회신’을 주최측에 보내 “학생규모와 교육과정 운영에 비하여 강의실 등 교육환경시설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대학원생들의 수업일에는 주차공간이 포화상태를 넘어 내부구성원들의 불편 폭주로 각종 민원이 제기되는 바 요청을 허가할 수 없다”는 공문을 통해 장소 불허를 밝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날 강연자로 나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한신대 교수는 복도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는 청강생들에게 “허리가 아픈 불편한 자리에서 듣는 강연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오늘 왔던 강의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와 서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 대구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시작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와 해방 직후 대구와 경부 일대에서 벌어진 10월 항쟁,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씨가 구미와 선산에서 폭동을 주도하고 넓은 들판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근현대사를 설명했다.
한홍구 교수는 강연이 끝난 후 트위터에 “대구교대 강연 감동적으로 마쳤다. 민족과 민주의 도시 대구에 어쩌다가 수꼴과 일베가 저리 넘치게 되었나, 그리고 민주노동당 강령보다 급진적인 제헌 헌법 강의 일베들이 꼭 들었어야 하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일부 언론들은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대구교대에 특강을 불허해야 된다는 항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해성 교수도 트위터에 “대구교대 5.18강연은 정작 광주는 둔 채 대구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며 “그들은 청중들을 비오는 날 시멘트 바닥으로 내쫓은 뒤 뜻대로 되었다고 혹시라도 기꺼워했을까. 최소한의 양식마저 내팽개쳐버리도록 한 숨어 있는 그 추악한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네티즌들은 대구교대의 특강 불허 소식에 비난 의견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다나*****)은 “정말 정치색을 떠나 이러면 안 되는데.. 더군다나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라며 안타까워했고 또 다른 네티즌(닭*)은 “정치색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저건 아닌데 말이죠”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대구가 어쩌다가..란 말이 지금 보니 참 이상하게 들립니다. 많이 오래전에 그러한 곳이 되지 않았나요?”(롬*), “대구. 요즘 들어서 이상하게 보이는 게 많네요”(gol******), “교대에서 퍽이나 훌륭한 스승 나오겠다”(김**), “친일파 양성소 고담 대구..”(아**), “대구교대는 상아탑이 아니다. 상아탑에선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투**) 등의 비난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