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촉구 검사 ‘속내 문자’ 논란…위장용?

“박근혜 되니..”…SNS “진정성 의심, 국민우롱” 비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실명으로 올렸던 현직 검사의 속내가 드러난 문자가 공개돼 26일 논란이 되고 있다. SNS에서는 ‘개혁 쇼를 하고 있는 것이냐’, ‘평검사들마저 구제불능이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윤대해(42·연수원 29기)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 개혁만이 살길이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검찰 개혁방안’이라는 글을 잇달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윤 검사는 해당 글의 취지 문자를 동료 검사에게 보내려다 JTBC 기자에게 잘못 보내면서 속내가 들통났다. 윤 검사는 문자에서 “언론에서는 (내가 올린 글이) 상당히 개혁적인 방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 검찰에 불리한 것도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개혁안으로 내놓은 미국식 기소배심제는 사실은 검사 뜻대로 대부분 관철된다고 말했다.

또 윤 검사는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 공수처 공약이 없으므로 거기에 대해서는 개혁안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고 “검찰이 조용히 있다가 총장님이 발표하는 방식은 그 진정성이 의심 받는다. 검사들이 실명으로 개혁을 요구하고, 평검사회의를 개최해 언론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든 이후 총장님이 큰 결단을 하는 모양으로 가야 한다”며 향후 대응 방침을 밝혔다.

문자에 대해 윤 검사는 <노컷뉴스>에 “개혁안을 올린 취지를 ‘그렇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기 위해 동료 검사에게 보낸 글”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에서는 “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을 넘어 검찰의 수준이 바닥임을 입증하는 것이 될 듯하다. 이게 대한민국 검찰의 맨얼굴이다”(ppan******), “윤대해 검사란 자도 짠 거였어? 정말 답이 없다. 대폭 물갈이 & 권한 축소!”(jst**), “이게 검찰의 현주소입니다. 실명으로 현직 윤대해 검사가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다. 메스컴마다 붕~부웅 띄웁니다. 그런데 이게 국민에게 기만전술을 편 것에 불과했습니다.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봤으면 이렇게 우롱할까”(soo*****) 등의 실망감과 분노 섞인 의견들이 이어졌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개혁 요구와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게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 정도였는데 이마저도 검찰의 권한을 유지하기 위한 쇼였다면 개혁의 열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변호사는 “내부에서 스스로 뭘 하겠다는 움직임에 모든 것을 맡겨둘 순 없다”면서 “외부에서 검찰을 개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뇌부 주도 안돼…정답이든 아니든 평검사들 목소리 내라”

반면 이재화 변호사는 ‘go발뉴스’에 “문자는 동료 검사들에게 변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며 “진정성은 내부 게시판의 글로 봐야 한다”고 이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검찰 수뇌부에 검찰 개혁이 낚여선 안 된다, 이렇게라도 평검사들이 나서서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검찰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소신을 밝혀야 희망이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논의가 이어져야 그나마 살아 있는 조직이 된다”면서 “지금까지 검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에 면죄부를 주는데도 침묵했고 내곡동 특검이 MB아들 이시형씨에 대해 서면 조사로 끝내고 전원 무혐의 처리했을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출발점은 성관계 검사, 김광준 비리검사 뿐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봐주기 수사를 했던 검사,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 표적수사, 청부수사를 했던 검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 평검사들은 MB 정부하의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자기 고백과 관련자에 대한 책임 추궁, 징계를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면서 “정답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제2, 제3의 윤대해는 계속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go발뉴스’에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개혁적인 글을 올려 호의적으로 생각했는데 순수성이 의심되는 문자를 보니 굉장히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서 의원은 “처신은 굉장히 잘못됐고 국민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지만 처음부터 쇼였다거나 내부에서 짜고 형식적으로 올렸다고 볼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한미FTA 논쟁 당시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지만 FTA에 대한 소신있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 한미FTA 비준안 국회 ‘날치기 통과’ 당시 김하늘 판사는 “한미 FTA는 불공정하며 사법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사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하는 청원문 작성을 주도했었다.

서 의원은 “그렇게 보수적인 법조인조차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측면으로 보인다”며 “아무 관심 없고, 고민 없는 영혼 없는 검사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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