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조세피난처 이용, 지난해 10조 탈세”

美의회 보고서…민주·공화 맹비난 “복지 축소되는데 탈세성배 추구”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탈루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지탄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체 중 하나인 ‘애플’이 지난 4년간 440억달러(약 48조원)의 세금을 회피했다는 미국 의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외 탈세 형식으로 지난해 무려 90억달러(약 10조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22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미국 상원 상설조사위원회는 애플이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에 ‘셸컴퍼니(이름뿐인 회사)’를 세워 이익을 옮기는 따위의 수법을 사용했다며 이같은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직원이 한 명도 없는 유령회사인 애플 오퍼레이션스 인터내셔널(AOI)과 그 자회사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ASI)를 세운 후 세계 시장에서 거둔 이익을 이 회사와 자회사에 옮겨 세금을 회피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12%)이 미국(35%)의 3분의 1 수준인 점을 악용한 것이다.

더욱이 애플은 최근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2% 미만의 세율을 적용받기로 아일랜드 당국과 합의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애플 오퍼레이션 인터내셔널은 2009~2011년 동안 애플이 해외 시장에서 거둔 소득의 3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미국은 물론 아일랜드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특히 2009~2012년 동안 30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 기간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애플은 2009~2012년 동안 740억달러의 이익을 애플 세일즈 인터내셔널로 이전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이같은 애플의 행태에 대해 보고서는 “애플이 세금을 줄이려고 불법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면서도 “미국 세법의 결함을 이용한 ‘합법적’ 세금 회피”라고 지적했다.

애플측은 “세금을 낮추려고 비열한 술책을 쓰지 않았다”고 항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 민주·공화 양당은 애플의 탈세 의혹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조사를 지휘한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애플이 탈세의 성배를 추구하고 있다”며 “재정적자 때문에 각종 사회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와중에 애플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애플 경영진은 자신들이 낸 세금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장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들이 내지 않은 세금”이라고 말했다.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도 “애플은 미국의 최대 세금 회피업체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최고의 납세자인 동시에 최고의 세금 회피자”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에 대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21일(한국시각) 열린 상원 국토안보·공공행정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내야 할 세금을 마지막 한 푼까지 완벽하게 냈다”며 “지난해 60억달러의 세금을 냈다”라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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