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미국‧영국‧호주가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정보를 공유해 한국 기업이나 자산가 등의 해외 은닉재산을 추적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정권초에는 역외탈세를 추징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며 “추징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국 시민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해외조세피난처 은닉 자산이 8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들 3국의 정보 교환 채널과 최근 역외탈세 정보 공유에 합의하고 한국과 관련된 정보 입수를 위해 실무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세청은 이들 국가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자료를 공유하기로 하고 세부절차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국세청(HMRC)은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국세청(IRS)과 호주 국세청(ATO), 영국 국세청 3개국 세무당국이 자체적으로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역외 자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확보한 것은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쿡 제도 등 대표적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것으로, 국제탐사보도협회(ICIJ)가 보유한 260GB 분량의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보다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청과 미국, 영국, 호주 국세청과의 접촉은 초기 단계여서 아직 한국과 관련된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내용인지, 언제쯤 확보가 가능한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동안 국세청이 언론 보도 이상의 역외탈세 정보 입수가 어렵다는 점을 조사의 한계로 지적했던 만큼 미국 등 3개국 국세청과의 공조 가시화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세청은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 2010년 가입), 한·미 동시범칙조사(SCIP) 실시(2011년) 등 공식·비공식 국제공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조세 정보 교환 노력을 계속해 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언제 우리가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러나 관련 자료가 오면 우리가 준비해 온 역외정보 조사 정보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탈세 여부 등을 판단하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 방침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추징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김한기 팀장은 14일 ‘go발뉴스’에 “이전 정부들에서도 정권초에는 역외탈세를 추징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며 “국세청이 추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아울러, “구체적인 방안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관련 법제도가 미비하고 세부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칭은) 임시방편으로 그치고,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