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모두 일어나 주먹 쥐고 ‘제창’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역사적 혼란 속에서 영령들의 후손들은 애달프게 살아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만행의 주역들은 호사를 누리다 못해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5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33주년 서울기념식’에서 임 소장은 추모사를 낭독하며 “독재자에 대해 정당한 심판을 누리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가 감히 안식과 평화를 기원할 자격이 있는 지 부끄럽다”며 “5월 정신과 민주주의가 다시 이 땅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5·18 북한국 개입설’ 주장을 내보낸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임 소장은 “5·18이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라고 역사를 날조하는 일부 극소수 파렴치한 언론도 있다”며 “이런 행태는 전 세계가 분노하게 만드는 일본 극우파를 연상시킨다. 일본 극우파에게는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의 모습은 못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념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광주 시민들이 뜨겁게 바쳤던 애국심의 표출”이라며 “반민주화 독재의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시민들의 정의로운 항쟁”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우리가 세계에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이렇게 싸웠노라 말할 수 있는 것은 5·18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민주화 영령들과 부상자 여러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된 힘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기념식에는 동북아평화연대 독서문화모임 다문화노래패 ‘노래하는 꿈틀이들’이 기념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괜찮아 괜찮아’와 ‘29만원 할아버지’를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29만원 할아버지’는 지난해 서울청소년대회 수상작을 가사로 만든 노래로 “29만원 할아버지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왜 군인들에게 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고 명령하셨어요?”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노랫말이 담겨 있다.
기념식에는 5·18기념 청소년대회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청춘의 낙하’라는 그림 작품으로 대상을 받은 신서고등학교 2학년 윤인영 양은 ‘go발뉴스’에 “학교 수업시간에 5·18을 자세히 알게 돼 참여하게 되었다. 작품을 그릴 때가 벚꽃이 떨어지던 때여서 구상하게 됐다”며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이 참여했던 운동 아닌가. 아버지가 광주가 집이여서 어릴 적부터 많이 이야기를 들었다. 늘 이맘때가 되면 마음 아파하신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는 5·18 기념사업회가 준비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 사진전과 청소년대회 시상작들, 국민대자보가 전시되어 있었다. 광장을 지나치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숙연한 표정으로 전시된 사진을 바라보았다.
교감선생님과 함께 왔다는 신지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사진을 보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셨던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서웠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고,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는 “영화 ‘26년’을 보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역사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았다”며 “요즘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역사를 아이들에게 교육으로써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기념식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가자 모두가 함께 일어서서 주먹을 쥔 제창형식으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광주에서 열릴 기념행사에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었다.
또한, 이날 기념식 이후에는 주먹밥 나눔 마당 행사에서 주먹밥과 ‘임을 위한 행진곡’ 원곡 악보를 담은 손수건을 나누어주었다.
손수건에 새긴 악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5·18 국가유공자 박정훈(73) 할아버지는 ‘go발뉴스’에 “나는 김대중 내란음모죄로 감옥에 1년 반 정도 다녀왔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소시효에 대해 묻자 박 할아버지는 “아직도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헌화를 마친 한신대 학생은 “학회 친구들과 함께 왔다. 너무 아픈 역사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어린 학생들이 역사의식이 많이 부족한데 학교에서 교육을 꼭 시켜야하지 않겠나. 우리가 (역사의식을) 지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민주당 오영식, 우원식, 서영교, 민병두, 도종환 의원, 김영수 서울시의회 의장,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최완근 서울지방보훈청장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