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와이드뷰] 민주당 인재영입 1호 최혜영이 보여준 진심
“오늘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1호 인사로 발표된 #최혜영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서명에 참여했다는 소문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억측과 오해로 의혹이 확산되지 않길 바랍니다.”
2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날 오후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이자 강동대 교수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9월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학교수 시국 선언 명단에 ‘강동대’와 ‘최해영’이 동시에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었다.
민주당 측은 “동명이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 차원에서 급하게 ‘팩트’를 체크, 진화에 나선 모양새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깜짝 발표한 ‘영입인재 1호’ 최혜영 이사장에 쏠린 관심이 반영된 해프닝으로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이 ‘깜짝발표’에 성공한 최 이사장은 1979년생으로, 신라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발리레나였지만 2003년 교통사고를 당하며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이 됐다. 이후 발레리나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최 이사장은 2009년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 앞장섰다.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로도 재직 중인 최 이사장은 교육과 강연 활동 외에도 연극, 뮤지컬, 의류모델 및 보건복지부 장애인식개선 홍보모델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최 이사장의 민주당 입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11월 초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 ‘영입 1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을 보류했던 자유한국당과 비교하면 더더욱.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주십시오”
“최혜영님은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언니의 도움을 받아 발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를 맞이해 장애인이 되었는데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오늘날까지 살아오신 힘은 역시 ‘희망’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한 번도 희망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물론 그동안 어려움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포기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스스로 자괴감도 많이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회견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결코 포기하지 않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민주당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앞으로 각별하게 생각하면서 정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60만 장애인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런 국가. 더불어민주당의 소중한 소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인재영입 1호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 이사장을 소개하며 내놓은 모두발언 중 일부다. 애초 민주당의 영인인재 1호는 이른바 ‘이남자’, 즉 정치 경험이 없는 20대 일반인 남성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최 이사장의 깜짝 영입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최 이사장이 기자회견에 나설 때 당이 파란색 배경에 적어 넣은 문구마저도 감동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열린 문 사이로 바람이 스며드는 그림과 함께 적힌 슬로건과 같은 문구는 이랬다.
‘잠시 눈 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한편 이날 최 이사장이 읽어내려 간 기자회견문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민주당은 최 이사를 “최혜영은 ‘그래도’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삶을 짓누르던 절망을 돌아보면서도 ‘그래도 참 좋았어요’라고 말합니다”라며 “최혜영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분들에게 세상을 향한 디딤돌 하나 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마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닮아 있는 이 ‘그래도’라는 최 이사장의 화두는 쉬운 언어로 국민들과 소통하고자하는 노력의 산물로 풀이된다. 척수장애를 가진 평범한 여성이 전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란 정치론 역시 보통의 언어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자하는 정치 신인의 흔적이 묻어났다. 최 이사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저는 올해 마흔 살의, 척수장애가 있는 장애인입니다. 정치를 하기에는 별로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저 같은 보통 사람에게 정치를 한번 바꿔보라고 등을 떠밀어준 더불어민주당을 믿고, 감히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중략).
그 꿈을 안고 저는 정치에 도전합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뭅니다. 국민을 대하는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멀리 함께 가고 싶습니다.
누가 제 휠체어를 밀어주실 분 계십니까? 저는 그분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절망 속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 있습니까? 저는 그분들 눈이 되겠습니다. 배려가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사랑의 작은 끈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가는 나라, 서로 사랑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뼘쯤 커지는 나라, 그런 나라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부디 세상 낮은 곳에서 내미는 제 진심 어린 손을 잡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최혜영과 박찬주 사이의 간극
정의당은 이자스민 전 의원 영입으로 국민적 눈길을 끌었다. 앞서 박창진 전 대한한공 사무장․김조광수 감독·권영국 변호사·이병록 해군제독·장혜영 감독 등을 입당시키며 내년 총선 인재영입전에서 한 발 앞서 나간 바 있다.
한국당은 인재영입 발표 당시 거센 논란에 직면한 뒤 거의 손을 놓은 분위기다. 다른 의미로 국민적 관심을 모은 박찬주 전 육군대장만 움직임이 포착됐다. 박 전 대장은 최근 한국당에 입당, 지난 24일 21대 총선 천안시(을)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가 “귀한 분”이라고 칭한 박 전 대장을 끝내 공천하리란 시각이 파다하다.
‘세습’ 논란의 당사자인 ‘청년인재’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를 비롯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정범진 경희대 교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등 한국당의 영입 인재들은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고, 한국당 역시 두 달 가까이 두 번째 영입 인재 발표를 미루고 있다.
총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각 당의 물갈이론, 인재영입 경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영입 인재들의 면면이 각 당의 철학과 비전을 대변한다는 사실은 불변에 가깝다. 어렵지 않다. 최혜영과 박찬주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작금의 여당과 보수제1야당의 품격과 수준 차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남자’가 아닌 최혜영 이사장을 선택한 민주당이 차후 발표할 영입 인재들의 면면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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