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참여연대 “역사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지 의문”
대구지역 신문인 <영남일보>는 7일 “대구공고에 따르면 홈페이지 동문마당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통의 정부나 위정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해 해외여행 자유화와 통금 해제, 중고생 복장과 두발의 자율화 등 각종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해 국민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나아가서는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하는 글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취재에 들어가자, 대구공고는 홈페이지 글 내용을 일부 수정하거나 삭제했다”며 “대구공고는 ‘보통의 정부나 위정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이라는 표현을 ‘재임기간 중’으로 수정했고, ‘특별히 두드러진 업적으로…’라고 시작되는 문구는 아예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영재 대구공고 교장은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로서 학생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다 보니 다소 과한 부분이 있었다”며 “일부 문구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지웠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대구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전두환의 단임제실천=한국정치민주화에 불멸의 초석’ 이라는 등식을 공립학교 홈페이지에 버젓이 내걸고 있는 대구공고가 과연 학생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동문체육대회에 전두환씨 부부를 초대해 단체로 절을 하고, 교내에 기념관을 만들고 하면서 동문을 자랑스레 여기는 정성을 반에 반만이라도 광주학살을 자행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며 부정축재에 몰두했던 동문의 과오를 잘 전하는 일에 쏟는 것이 진실로 후배들을 위한 일임을 양식있는 동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일은 공교육 기관으로서 국민들과 역사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되어야 할 일”이라며 “내부 구성원들도 교육자로서의 자존심과 양심마저 이런저런 핑계로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글을 볼 수있는 대구공고 홈페이지 ‘동문마당’ 코너의 메인 화면에는 “본 페이지는 대구공업고등학교 동문회에서 직접 제작한 컨텐츠입니다. 본 메뉴에 내용, 컨텐츠는 대구공업고등학교의 의견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배치됐다.
서울올림픽 유치, 경제성장,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전 씨의 치적으로 내세우면서도 12.12 군사 쿠데타나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 전 씨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글은 “언제나 모교 총동문회의 구심점에 서 있는 전 동문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기원하는 우국충정을 한시도 잊지 않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교80년 역사에 대통령이 탄생된 것은 우리 동문 모두의 자랑이요 자부심이 아닐수 없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한편, 대구공고는 지난해 이른바 ‘전두환 기념관’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