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또 자살, 올해 3번째…“생활이 너무 힘들다”

SNS “21세기 재벌공화국, ‘지주-소작인’보다 더 심한 착취 벌어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편의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월 경남 거제시의 임모씨(32), 지난달 경기 용인시 김모씨(43) 등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3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윤호준씨(43·가명)가 지난달 13일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쯤 윤씨는 동생에게 “생활이 너무 힘들다. 내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산 광안리 해변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윤씨는 가게 문을 닫고 자신의 차를 운전해 광안대교 하판 해운대 방향 도로 중간에 세우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바다를 수색한 지 30분 만에 광안대교 밑에서 윤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편의점주 자살 소식에 SNS와 네티즌들은 “아픈 구석을 보듬고, 불공정과 부당함을 바로잡는게 정치.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정치. 흠.. 아니, 통치도 그럴듯요”(hsj****), “안타깝습니다. 그저 열심히 살려고 했을 뿐인데..”(4my*****),

“힘이 정답이고 곧 정의다. 학생들은 보고 배우고 깨닫겠지. 과외보다 더 확실한 선행학습”(bae*******), “참 가슴이 아프네요. 언제까지 이렇게 점주들이 죽어가야 할까요??”(sbh****), “소작료가 65%이면 문전옥답도 힘든데요. 옛날 지주-소작인 관계보다 더 심한 착취가 21세기 재벌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군요.”(free***********),

“가맹사업의 불공정 가맹계약과 거래행위는 조속한 대책과 개선 등의 해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patt******),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네요. 빈번하게 발생해오던 불공정한 계약관계가 핵심적인 원인인데.. 법적 제도적으로 불공정거래를 막아야 합니다”(dang*****),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루 빨리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신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just**********),등의 글을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MBC 캡처
ⓒMBC 캡처

윤씨는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2010년 9월 친척에게 돈을 빌려 광안리의 편의점을 운영했다. 적은 돈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위탁가맹점 방식으로 점포 임대료를 본사가 부담하는 대신 60~65%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일반가맹점은 본사가 수익의 35%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2007년 이혼한 윤씨는 지난해 아이들의 엄마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며 악화됐다. 생활비 지원을 해야했던 그는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생계를 이었으나 빚은 계속 쌓여갔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채무가 수천만원대”라고 말했다.

윤씨의 편의점 인근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ㄱ씨는 <경향>에 “윤씨가 머리 깎으러 올 때마다 ‘장사가 안돼 힘들다. 내 돈 집어 넣으며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씨가 출퇴근 거리도 멀고 아르바이트생도 잘 구해지지 않아 1주일에 하루만 집에 가고 나머지는 편의점에서 자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근처 아파트 경비원인 ㄴ씨는 “담배를 사러 갈 때마다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이 지역은 관광지도 아니고 사각지대라 장사가 안된다”고 말했다.

<경향>은 지난 16일 윤씨의 편의점을 방문해 보니 직영점으로 전환돼 본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며 300m 정도 가면 광안리 해변이지만 관광객이 찾기에는 후미진 곳이라고 보도했다. 또, 게다가 해변과 윤씨 편의점 사이에 다른 편의점이 3개나 있다며 윤씨의 편의점에서 광안리 방향으로 100m 거리에 다른 편의점이 있고 여기서 50m 정도 간격으로 윤씨와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2개가 더 있다고 밝혔다.

윤씨 편의점 상가 건물에서 9년간 부동산을 운영해온 ㄷ씨는 <경향>에 “이전에 편의점을 하던 사람도 장사가 안돼 나갔다”며 “이 근처는 편의점이 너무 많아 장사가 잘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계약 만기가 됐을 때 윤씨가 ‘(편의점) 더 안 하겠다’고 하더니 왜 또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재계약을 했고 본사는 장려금으로 2년간 월 4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경향>에 “해당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비를 제외하고도 월 250만원의 순수입이 나는 곳이어서 장사가 그렇게 안되는 곳이 아니었다”며 “윤씨가 사망한 날 오전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담당 직원이 찾아가 위로하고 채무를 해결할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씨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장려금을 지급해왔다”며 “폐점 비용 등 일체를 본사가 부담했고 윤씨 자녀들에게 특별 부의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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