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에 대한 임명에 나설 의지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고, 특히,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연일 자진사퇴, 혹은 임명철회를 압박하고 있지만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지난 1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문제와 관련,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외교적 비상 상황 속에서 야당의 대승적 협력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G20 정상회의와 주요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외교부 장관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지지 여론이 반대여론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리얼미터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의뢰로 지난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 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 80%‧유선전화 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방식/8923명에게 접촉, 505명 응답, 응답률 6.4%/표본오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1%가 강 후보자 임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반대 의견은 30.4%에 불과했다.

게다가 전직 외교부 장관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주요 국제기구 소속 한국인 직원들 등 각계 각층의 지지선언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문 대통령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역대 외교부 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이 그(강 후보자)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며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더구나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와 주요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외교부 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UN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 받는 인물”이라며 “흔히 쓰는 표현으로 글로벌한 인물이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 장관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시스템과 인사검증 매뉴얼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히 정부를 구성하는 데 온 힘을 모으고 있다”며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대통령부터 앞장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는 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이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정우택 “강경화 임명 시, 좀 더 강한 수위 확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청와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협치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다는 말인가? 만나서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이 노력의 전부인가?”라며 “도대체 무슨 노력을 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비판하는 손피켓을 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사진제공=뉴시스>

정 대변인은 “야당의 합리적인 비판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매도하면서, 무조건 청와대의 뜻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협치로 보인다. 이는 협치가 아니라 독선일 뿐”이라며 “국민 지지와 여론으로 장관을 임명한다는 논리라면 굳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국회의 권능을 무시한 오만한 발상이다. 독재 정권에서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적폐 청산이라고 스스로 제시한 (임명 배제) 5대 비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자꾸 임명됨으로써 이 정부가 인사를 오만과 독선의 인사로 몰고 가고 있다는 걸 국민께 더 알릴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된다면 국회의 원만한 운영이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심도 있는 검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 원내대표는 “수위를 높여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회가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는 문제보다는 오히려 인사를 제대로 해줌으로써 원만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강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국회 보이콧까지 가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라며 “보이콧만이 모든 전략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략은 여러 가지 활용할 수 있지만 지금 미리 얘기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적합하지 않다”며 “다만, 강 후보자가 임명됐을때는 지금의 수위보다는 좀 더 강한 수위로 올라갈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