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진여객’ 버스 노동자 인권 실태 심각…사측 교통위반 부추겨

시민단체 “수원시‧노동부, 감사해야…배차시간 조정 필요”

수원-사당간 황금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경진여객’의 해고 노동자가 ‘안전운행 보장’을 외치며 15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경진여객 문제해결을 위한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에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및 시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수원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갖고, “경진여객 버스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경진여객은 7770, 7790 등 수원-사당간 노선과 수원-안중, 안중-조암 등 시외직행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버스 238대를 보유, 상시 운전노동자 400여명 규모의 회사다.

경진여객 문제의 핵심은 누적된 버스회사의 탈법과 살인적인 배차, 운행시간, 그리고 버스기사들의 고용불안이다. 대표적 황금노선인 수원-사당 노선의 경우 식사시간,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적, 속도위반, 신호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는 것을 알려졌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수원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경진여객 문제해결을 위한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에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및 시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다산인권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수원시민대책위원회는 11일, 경진여객 문제해결을 위한 ‘경진여객 버스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를 조사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에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보장 및 시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다산인권센터
이번 실태조사는 경진여객 버스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로 인한 육제적, 정신적 상태, 그리고 안전운전과의 관계 등을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버스기사 대다수가 하루 18시간 이상 근무, 하루 15시간 이상 운전하고 있어 부족한 수면 시간과 높은 피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무시간이 20여 시간에 이르는데도 불구, 만근(한달 동안 빠짐없이 출근했다고 인정하기 위해 정해놓은 일정한 기준)이 노선에 따라 13~18일로 정해져 있어 사정에 따라 며칠 추가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17명 중 7명이 월 28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운전 노동자들의 심리적 상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의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우울증상군에 속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CES-D설문 이용)을 선별하는 기준을 21점이라고 했을 때, 14명 중 8명이 우울 증상이 우려됐고, 25점 이상으로 정밀한 상담 및 진찰을 권유해야 할 노동자가 14명 중 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측의 무리한 운행 계획이 운전자들에게 시간 압박을 가하고, 이로 인해 교통신호 위반, 과속, 스트레스, 승객에게 불친절 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노동자 B씨는 심층면접에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배차 시간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크다”면서 “수원대에서 2시에 출발하고 한 바퀴 돌아와서 다음차가 4시 30분이라고 돼 있으면 2시간 30분 만에 돌아야 된다는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도로 상황 등을 무시한 채 운행계획을 세우고 운행회전수를 유지하기 위해 기사들의 법규 위반을 묵인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운전자 D씨는  “회사 입장에서는 한 바퀴 더 도는 게 돈이라고 본다”면서 “북문이나 파장동은 아침에 본사 직원이 나와 있는데 그 앞에서 신호위반해도 잡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라도 대수가 줄어들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빡빡하게 돌린다”고 덧붙였다.

무리한 배차시간으로 기사들이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교통사고가 나면 책임은 기사가 진다. 회사는 교통사고 처리비용이 700만원 이상 이면 기사를 해고할 수 있는 사내규정도 만들어 놨다. 심지어 이 조항을 회사와 갈등이 있던 노동자를 해고시키는 데 악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노동자 A씨는 “(기사들을 위한 위로나 대책이)전혀 없다”면서 “회사측에서는 안전사고가 났을 때 취업규칙에 700이 넘은 것만 따지고, 700이 넘으면 무조건 해고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경진여객 운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라는 심각성이 제기됐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go발뉴스’에 “해고 조항 때문에 불안 해 하시는 분들이 많고, 버스배차 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근로조건 자체가 열악한 상태”라면서 “배차시간을 맞추려면 과속을 하는 경우가 발생해 승객들의 안전도 위험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그 예로 수원-사당에서 하루에 8~9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도중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일로 한 바퀴를 못 돌면 수당이 다 깎인다”면서 “한 바퀴만 못 돌아도 30~40만원의 수당이 깎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활동가는 경진여객 운전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12일 수원시 부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경진여객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시에서는 배차시간 조정은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고만 하는데 노사합의가 불가능하니 시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요청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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