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강제철거’ 사태…<조선>‧<중앙>은 “정당한 법집행”

<조선> “꽃 뽑고 돌 던져”…범대위 “경찰이 훼손, 사실아냐”

서울 중구청이 4일, 대한문 앞 24명의 쌍용차 희생자 추모 분향소와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기습 철거하고 대형 화단을 설치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중구청의 분향소 기습 철거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강제 철거’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천막농성이 ‘불법’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며 이를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보도해 빈축을 사고 있다.

5일 <조선일보>는 1면에 ‘천막은 치웠지만…여전히 점거된 大漢門(덕수궁 정문)’이란 제목으로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부근은 법의 지배가 사라진 치외법권 지대였다”며 “정당한 법 집행에 나선 공권력이 얻어맞는 일은 이날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고 보도했다.

서울 중구청의 쌍용차 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한 4월 5일자 <조선일보> 보도 ⓒ 'go발뉴스'
서울 중구청의 쌍용차 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한 4월 5일자 <조선일보> 보도 ⓒ 'go발뉴스'
<조선>에 따르면 쌍용차범대위를 비롯한 시민들은 ‘정당한 법 집행’을 막아서는 ‘시위꾼’이었다.

이 기사에서 “중구청이 불법 농성촌 천막을 10여분 만에 철거했다. 쌍용차지부가 이곳에 분향소를 차린 이후 1년만이다. 이후 무법천지가 됐다”고 <조선>은 표현했다.

또 “오후가 되자 시위대는 중구청이 조성한 화단을 밟고 꽃과 나무를 뽑아냈다” “시위대는 돌과 흙, 물병을 경찰에게 던졌다” “일부 시위꾼은 마이크를 잡고 ‘다시 농성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말은 달랐다. 김미성 씨는 ‘go발뉴스’에 “당시 시민들은 화단에 들어가지 않고 화단 앞에서 분향소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앉아 있었다”면서 “시민들이 화단에 가까이 있으니 경찰이 이를 막기 위해 먼저 화단에 진입했고 그 과정에서 나무가 70%이상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리저리 밀리는 과정에서 시민들도 화단에 진입하게 됐다”며 “목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경찰이 연행해 가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보니 시민들도 평화적으로 농성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돌과 흙, 물병을 경찰에게 던졌다”는 <조선>의 보도에 대해 민주노총 박병우 대외협력국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면서 “물병 하나가 날아가는 것은 봤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14면에서 최창식 중구청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강제 철거 배경에 대해 “수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이곳에서 화재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습적 처리에 대해 최 중구청장은 “시민은 물론 농성하는 노조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예상대로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전 고지 없는 기습적 철거는 불법이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박에 대해 최 중구청장은 “그렇다면 도로 위의 불법 시설을 방치하는 게 합법이냐”라며 “불법 노점상을 철거할 때도 계고장을 미리 보내지 않는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 최창식 중구청장 인터뷰를 실은 4월 5일자 <중앙일보> ⓒ 'go발뉴스'
쌍용차 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 최창식 중구청장 인터뷰를 실은 4월 5일자 <중앙일보> ⓒ 'go발뉴스'
그러나 쌍용차범대위측은 “대화를 통해 원만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다”고 밝히고는 “지난주 금요일 중구청장과의 면담을 위한 공문을 발송하고 실무적으로 시간을 조율중이었다”고 전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중구청 실무 담당자가 구청장이 시간이 안 된다며 자신과 만나 협의를 해보자고 한 상황이었다”며 “협의가 진행 중이라 사실 마음을 놓고 있었다. 원래는 중구청 앞에 집회신고를 해놨다가 이 때문에 취소했다”고 밝혔다.

범대위측은 중구청 가로환경과 담당자의 라디오 인터뷰를 이유로 들며 “중구청 가로환경과 담당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제적 철거 계획이 없으며, 대화로 해결하려 한다는 발언을 분명하게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4일 새벽 중구청이 쌍용차 분향소를 기습 철거 한데 이어 분향소 자리에 대형 화단을 설치했다. 화단 설치는 이날 오전 10시쯤 쌍용차 범대위가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한 기자회견 시간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이날 물리적 충돌이 없었음에도 오전 9시 50분경 분향소가 있었던 자리에 앉아 있던 시민들을 연행하기 시작했고 중구청 직원 50여명이 화단 설치 작업을 마칠 때까지 시민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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