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엠바고 실수’ 해프닝에 네티즌 “만우절 이벤트냐”

언론에 ‘4강대사’ 인선 ‘엠바고’ 요청하고 블로그 통해 공개

청와대가 이른바 ‘4강 대사’의 인선 내용에 대해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어놓은 상태에서 이를 버젓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청와대는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해당 내용을 30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외교적 관례’를 들어 유감표시까지 한 상황에서 스스로 ‘외교적 결례’를 범한 모양새가 돼 버렸다.

SNS 상에서는 “어이없음”(aramith****), “실수라기 보다는 실력으로 보이는 건 나뿐인지”(wieso***), “준비를 너무 철저히 해서 그런가봅니다”(skymanh****)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리안(new_e****)“청와대가 만우절 이벤트 했구나?”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jwp615)은 “청와대 4강 대사 임명 엠바고를 출입기자들께 요구하고 공개블로그에 명단 올리는 실수로 외교망신? 하여튼 인사는 망사로 시작해서 계속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당의 김진애 전 의원(@jk_space)은 “국정기본을 익힌바 없다!”고 지적했다.

1일자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오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엔 대사의 인선내용을 각 언론에 알리면서 “외교관 인사는 상대국의 아그레망(agrément, 동의)를 받아야 하는 외교적 절차와 관례가 있다. 일주일 정도가 필요한 아그레망이 이뤄지면 그 뒤에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권영세 전 의원의 주중대사 내정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미리 취재가 됐더라도 상대국의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적용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는 입장까지 나타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30일자 1면에 게재된 ‘주미, 주일 대사엔 외교관 출신 내정된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와대는 신임 주중 대사에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주중대사는 현재 대북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중진 정치인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정부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해 놓고도 이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선내용을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청와대 블로그는 인터넷만 된다면 어디서나 누구든지 접속할 수 있다. 결국 자신들이 요구한 ‘엠바고’를 스스로 깨버린 셈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청와대는 “외주업체가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사용하는 ‘이(e)춘추관’ 사이트에 올라간 보도자료가 청와대 블록에 자동 등록되도록 만들어놓아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대사인선 관련 내용이 블로그에 올라간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31일 저녁 이를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주중 대사에 ‘친박 성향’의 권영세 전 의원을, 주일 대사에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의 이병기 고문을, 주미대사에는 안호영 전 외교부 차관을 내정했다. 김숙 주 유엔 대표부 대사와 위성락 주 러시아 대사는 유임됐다.

검사출신인 권 전 의원은 3선 경력에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대선에서는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언론에 의해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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