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좌)과 국정원장 출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우) <사진제공=뉴시스>

[기사추가 : 2016-05-11 07:11:30]

보수단체 관제데모 청와대 배후설과 관련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공식 내정되기 직전, 내노라하는 보수단체 대표들과 가진 회동에서 ‘창구 단일화’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10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2015년 2월12일 보수진영 유력 인사들과 회동했다. 이 전 원장은 회동 보름 후인 2월27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공식 내정됐다.

회동에 참석했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병기 원장이 ‘우파 진영이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며 “중요한 단체인 국민행동본부랑 해서 애총협이랑,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이런 거”라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이 양반(이 원장)이 하는 얘기가 돈 지원해 주는 창구를 하나로 해야 쉽게 그 창구에다 (돈을) 넣는다는 거였다”라고 말했다고 시사저널은 보도했다.

당시 회동에는 국민행동본부, 애국단체총협의회(애총협), 재향경우회 등 보수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구재태 재향경우회 회장은 “그 때 10여개 단체가 참석했다”고 말했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그 때 오찬 모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도 “나라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끼리 점심 한 끼 하는 자리였다”고 인정했다.

단일화 창구로는 애총협이 사실상 지목됐다고 서 본부장은 주장했다. 그는 “(이 원장이) 애총협이라는 말은 그때 직접적으로 안하고 ‘한 단체를 이렇게 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애총협은 이명박 정권때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육군 대장 출신의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이 상임의장은 노태우 정권 때인 1988년 국방부 장관을 지냈으며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도 2차례 역임했다.

서 본부장은 “(이 원장과 이상훈 의장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30년지기다”고 말했다.

애총협은 박근혜 정권 출범 첫해인 2013년에 ‘국가안보의식 고취운동’이라는 사업으로 5300만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았고, 2014년에도 비슷한 사업으로 4000만원, 2015년에는 3500만원, 2016년에는 4000만원으로 총 1억 6800만원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공개가 되는 국가 보조금이 전부가 아니다”며 “창구 단일화라는 것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준 것처럼 다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돈을 하나의 단체를 통해 받겠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것은 창구 단일화를 국정원장이 직접 요구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총협의 핵심 간부는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청와대 대변인실은 9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훈 상임의장은 휴대전화 수신정지 상태였고 이병기 비서실장은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하지 않았다고 시시저널은 보도했다.

시사저널 보도후 이병기 실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만난 건 사실이고 기억이 난다”고 회동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느 한 곳에 돈을 몰아 줄테니 그리로 다 모이시오’ 그랬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박했다. 이 실장은 “터무니없는 소리에 대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색 짙은 우파단체들까지 국정원 행사에 초청된 것에 대해 이 실장은 “초청 단체는 등록단체들이었고 회원 수도 꽤 되는 곳들이었다”며 “대민소통 차원의 통상적 활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의 2016년 특수활동비는 5000여억원 규모이다. 전년보다 80억원 늘어난 4862억 8900만원으로 정부 특수활동비의 약 55%에 달한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고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눈먼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어버이연합 불법자금 의혹규명 진상조사 TF의 백혜련 당선자는 어버이연합에 우회 자금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재향경우회가 우병우 민정수석의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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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청와대 행정관이 나오고 민정수석이 나오고 이젠 전 국정원장이 나오고 ..... 주머니 송곳 일세”, “국정원장이 현실정치에 간섭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게 보수단체라는 것들의 실체, 국정원에서 지령 떨어지면 돈 몇 푼 받고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들”, “이병기는 돌아다니는 곳마다 공작정치만 하고 다녔나보다”, “제 버릇 개주겠나?”, “국정원장 출신들이 나라를 완전 아작내고 있다. 국정원은 당장 해체해라”, “이 나라를 국정원이 통치하고 있었군”, “내가 낸 세금을 불법으로 쓰는 쓰레기들”, “저게 우리 세금이란다, 반공을 위해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 2015년 4월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이병기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이 대화를 나누며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