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조세당국, 노태우 비자금 은닉‧탈세 목적 등 철저히 조사해야”
최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딸 부정 입학’ 의혹을 보도해 파장을 일으킨 <뉴스타파>가 이번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4일 <뉴스타파>는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문서를 정밀 분석한 결과, 노재헌 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세 회사의 이름은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GCI 아시아’(GCI Asia), ‘럭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로, 모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12년 5월 18일 같은 날에 설립됐다. 노재헌 씨가 이사이자 주주인 동시에 실소유주로 등재돼 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는 노씨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3개나 만든 시점에 주목했다.
노재헌 씨의 부인이자 신명수 전 회장의 딸인 신정화 씨는 2011년 3월, 홍콩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신정화 씨는 재산 분할을 위해 노재헌 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 그해 12월 국내언론들이 노재헌 씨에게 흘러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노태우 비자금’이 이혼 소송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웠던 때다.
노재헌 씨가 조세도피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3곳을 만든 시점이 바로 이로부터 5개월 뒤인 2012년 5월 18일 이라는 것.
<뉴스타파>는 “(노태우 비자금 관련)남은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이혼 소송 때문에 비자금 상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남아있던 돈을 숨기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페이퍼 컴퍼니를 동시에 3곳이나 만들고, 한 회사를 다른 회사의 주주로 등록하는 등 추적하기에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역시 은밀한 돈을 감추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지 1년 뒤인 2013년 5월 21일,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에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들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공교롭게도 바로 사흘 뒤 노재헌 씨는 페이퍼 컴퍼니 3곳의 이사직에서 동시 사퇴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또 노씨의 페이퍼 컴퍼니가 매형인 SK 최태원 회장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노재헌 씨의 페이퍼 컴퍼니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비자금 은닉이나 탈세 목적은 없었는지에 대해 조세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재헌 씨 측은 “홍콩에서 살면서 사업 준비 차 1불 짜리 회사를 몇 개 만들어 두었는데, 이혼하고 결국 아무 것도 못했다”며 “대체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조세도피처 문건에는 노씨 외에도 국내로 주소지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타파> 보도 후 국세청은 “외국 과세당국과 공조해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탈세 혐의가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3년 뉴스타파가 공개한 역외탈세 혐의자 182명 중 48명에 대해서만 세무조사를 진행해 3명을 고발조치했다. 고발된 3명에 대해서는 823억원의 세액을 추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