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 “아이들 가려운 곳 악용 마케팅…단속 법도 없어”
‘친구 데려오면 10만원’ 등 아이들을 이용한 학원가의 과열한 마케팅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학부모 단체는 “배움을 구하러 가는 곳에 상업주의가 팽배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18일 <뉴시스>는 이모(17)군이 다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A학원에서 친구 한명을 데려오면 현금 10만원을 준다고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군은 “조금 활발해 보이는 원생에게 강사들이 조심스럽게 제안을 한다”며 “몇몇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 PC방도 가고 친구들끼리 맛있는 것도 사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돈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제안하면 자기가 아는 친구들을 데려와 돈을 나눠 갖기도 한다”면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랑처럼 얼마를 벌었다는 등의 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고유경 상담실장은 ‘go발뉴스’에 “황당하다. 학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아도 암암리에 이런 거래를 하고 있다”며 “사교육업체에게 교육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교육을 표방하는 곳에서 이런 행위를 한다는 자체가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나를 보여준다”며 일갈했다.
고 실장은 “학부모들이 알았다면 학원에 보내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을 붙잡고 가려운 부분으로 마케팅을 한 것”이라며 “성적이 좋으면 돈으로 주는 경우들도 상당히 많은데, 배움을 구하러 가는 곳에 상업주의가 팽배하니 씁쓸하고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모군이 다니는 A학원의 인근 학원들의 경우 학원생을 모집해 오면 문화상품권 3만원, 2명을 모집하면 5만원, 3명을 모집하면 10만원을 주는 등 아이들을 원생모집에 이용하고 있다.
아이들을 장삿속에 끌어 들인다고 빈축을 사고 있지만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런 일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관련 법도 존재하지 않아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일산 동구의 한 학원은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학기 개강 시 ‘친구 추천 이벤트’라며 친구를 추천하면 재원생은 문화상품권 5만원, 신규생은 3만원을 준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전남의 한 학원 강사 모임 커뮤니티에서는 2011년 12월 “6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친구에게 ‘너 우리 학원 다녀라’라고 말하더군요. 얼마나 학원이 괜찮으면 추천까지 할까 생각했다”며 “그런데 ‘니가 우리 학원에 다니면 나도 만원, 너도 만원 받을 수 있어’라고 하는데 참 황당하더군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우리 동네는 전부 현금박치기입니다. 영어 100점 맞으면 3만원, 수학 100점 3만원, 친구 데려오면 10만원. 거의 룰처럼 굳어가고 있어요”(크로****), “만원은 애교로 봐 줄 수 있는데 10만원은 너무 심하네요. 친구 데려오면 10만원 준다는 거 그 친구 부모님도 아시는 건가요? 카페에서 읽은 글 중 가장 불편하고 불쾌한 내용이네요.”(김**), “제발 애들을 카드 한 장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미래로 보는 선생님들이 됐으면 좋겠네요”(액숀**), “저희 동네 모학원도 전단지 뿌리면서 학생들에게 등록하면 엄마 몰래 10만원 주겠다고 했다더군요”(김**)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실 관계자는 ‘go발뉴스’에 “친구들을 물질적으로 생각하게 돼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데 교육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관련 규정이나 법이 없어 단속하기 어렵고 얼마나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예전부터 간간히 들어 본 적 있다”며 “기본적인 인성 교육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