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檢 피의사실 공표 받아쓰기 하더니..” 질타
지난 2009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가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이 인데다가 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지낸 한 전 총리의 무게감, 그리고 햇수로 4년간이나 지속돼 온 법정공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그 비중이 작아 보이지는 않는 소식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의 무죄가 확정된 날, 어찌된 일인지 공중파 방송 3사 메인뉴스는 이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날 KBS ‘뉴스 9’와 SBS ‘뉴스 8’에서는 관련 뉴스가 방송되지 않았다. 더구나 KBS는 ‘가구의 진화’를 주제로 한 리포트를, SBS는 지난해보다 벚꽃이 빨리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뉴스를 선정하고 이를 배치하는 것은 언론사의 고유권한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들 뉴스가 한 전 총리의 무죄확정 소식보다 비중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MBC가 한 전 총리의 무죄소식을 ‘뉴스데스크’에서 다뤘지만 이는 25번째 꼭지로 단신처리됐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5일 “재판이 확정되기까지 지난 3년 4개월간 방송 3사는 한 전 총리에 불리한 보도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한 전 총리가 공식 반박을 제기했을 때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번복 등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을 때는 보도를 후반배치하거나 법정공방으로 전해 본질을 흐렸으며 심지어 아예 보도를 내놓지 않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KBS는 2009년 12월 7일 한 전 총리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반박에 나섰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아 편파보도 논란을 자초했다”며 “2010년 4월 9일 1심 무죄와 관련해서는 재판 결과만 단순중계한 뒤, 기소 내용과 아무 관련 없는 검찰의 ‘골프채 선물’ 주장 등을 거론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MBC도 한 전 총리와 관련해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를 받아쓰기 했다”며 “곽 전 사장이 공판에서 진술을 번복해 논란이 제기됐던 3월 11일자 보도에서, 사안을 법정공방으로 몰면서 곽 전 사장이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SBS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받아쓰기에 주력했으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기소의 유일한 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번복된 사실을 보도에서 누락해 수차례 지적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민언련 관계자는 이날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 3사가 검찰의 추측성 혐의제기를 계속 받아쓰기 했는데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왔다면 방송3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줘야 마땅함에도 보도를 내놓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방송 3사 보도를 보면 정치뉴스가 축소되고 중요한 (정치적) 사안들이 (거의) 보도가 안된다. 한 줄정도 끼워넣기 식으로 정치보도 자체가 굉장히 작게 나오고 있다”며 “그런 맥락에서 한 전 총리 관련보도도 축소되거나 누락됐다고 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편,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한 전 총리의 무죄확정과 관련, “정의가 승리한 것이다. 사필귀정”이라며 “앞으로는 정치검찰의 부당한 탄압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의 무죄 확정판결로 4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다. 저에게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이 계셔서 그동안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검찰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