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초기 대응 과정에서 정부의 잇따른 오판이 사태를 키웠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평택성모병원 이기병 원장은 22일 의료 전문지 <메디칼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에 먼저 코호트 격리를 요청했으나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정부는 오히려 감염 차단 기회를 막았다”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이 정부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한 건 지난 5월 28일. 격리 대상이었던 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다. 병원 측은 그날 오후 방역당국에 병동 전체를 폐쇄하는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이 병동에 함께 격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병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메르스 지침 대응에 코호트 격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코호트가 아니라면 병원 폐쇄가 답이었다”며 “감염을 차단하려면 병원 안에서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추가 감염을 우려한 병원 측은 5월 29일 오후 2시 결국 자진 페쇄를 결정했다.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없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1일 오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첫 발생지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을 찾아 이기병 병원장(왼쪽)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 원장은 “(당시 보건당국이)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고 일단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 등 10여만 격리 조처하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정부가 3차 감염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면 지금의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는 “지금 남은 것을 메르스 숙주병원이라는 낙인”이라며 “정부가 직원 월급만이라도 해결해주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긴급 지원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복지부는 23일 코호트 격리 요청 거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평택성모병원 이사장이 의료진과 논의 후 자가격리와 진료를 못하겠다고 말했다”며 “그 때는 코호트 격리 개념이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과장은 “병원에 파견됐던 역학조사관이 상황 해결을 못했기 때문에 저에게 전화가 왔고, 이사장과 통화했다. 인터뷰 하신 분은 원장인데 제가 (원장과) 통화를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