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용 삼성선자 부회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14일 병원 일부 폐쇄를 결정한지 9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과문은 A4 한 장, 3분 분량의 간결한 사과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족들, 아직 치료 중인 환자분들, 예기치 않는 격리 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희 아버지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 분들과 가족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 지고 치료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이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저 자신이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한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 환자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는 정식 음압격리병상이 갖춰지지 않았다.

삼성의 오만이 빚은 사태..“책임 통감해”

사과문 말미에서는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며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본관 지하 1층에 있는 민관합동메르스대책본부와 5층 상황실, 격리 병동이 있는 16층 간호사실 등을 방문하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대표해 메르스 사태에 관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감 표명은 두 번째다.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확산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다.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 정치권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는 “늦은감이 있지만 삼성그룹의 사과와 소통의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책임이 수반돼야 진정한 사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강선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하루하루 맘 졸이며 불안에 떨고 있는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보듬을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너무나 절실하다”며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2일 메르스와 관해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하 의원은 “삼성병원을 통한 ‘대리 사과’가 아닌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후속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