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담화 본 새누리 인사 ‘소름끼쳐’ 탄식”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압박하는 이른바 ‘분노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야권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오히려 국회차원의 여야협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운신 폭도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5일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사실 좀 놀랐다”며 “박 대통령이 조금 격앙돼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내용의 절박성은 이해하지만 (담화) 시가와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유감을 표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실 국회에서 여야 간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왔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모양새 때문에 (개정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거의 타결까지 가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대통령 담화 때문에 그것이 조금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며 “너무 강수를 둬서 야당을 궁지에 몰지 않았나, 이런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예전에는 대통령이 집권여당만 상대하면 됐는데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가 있는 한 그 어떤 것도 입법할 수 없다”며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8일 되지 않았나. 야당과의 관계설정의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꿰면 앞으로 5년을 어떻게 보낼지 사실 좀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조금 늦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양을 잡아나가지 않고서는 앞으로 5년이 정말 힘든 세월이 될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대통령도 이 점을 유의해서 새로운 정치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사실 우리 (새누리당)지도부는 정말 치열하게 협상해서 거의 8부 능선은 넘었던 것 같다”며 “당에서도 거의 모든 협상을 끝내서 쟁점을 한 두 개까지 남겨놓은 상황이 됐는데 ‘야당에게 항복을 받아내라’는 식으로 외부환경이 돼 버리니 당 지도부로서는 딱히 할 일이 없는 딱한 사정이 돼 버린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 내 ‘친이계’로 분류되는 조해진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공개 발언을 통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쟁점을 이런 식으로 풀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통치의 시대는 갔고 정치만 가능한 시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5일 YTN 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국회 여야간에 정치과정을 존중하고 대통령이나 청와대도 여당은 물론,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해서 정치적 절차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국민을 상대로 직접호소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한겨레>는 5일자 4면을 통해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와 관련한 새누리당 내부의 표정을 전했다.
이 신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하던 중 텔레비전 생중계로 대국민 담화 장면을 지켜본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담화문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하나같이 난감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 참석자는 시청 도중 ‘아! 소름 끼쳐!’라고 탄식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당이 더 어떻게 할 게 없네’라는 푸념이 흘러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 담화에 대해 ‘대국민, 대의회 선전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야당과 국회를 상대로 질타하고 욕하고 잘못됐다고 하면 정치가 언제 통합되겠나”라며 “(대통령이) 먼저 여당과 소통하라, 그리고 국회와 소통하라. 그 다음에 야당과 소통하라”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을 향해 “지금부터 소통하라. 그래야 성공한다. 꼭 성공해야 된다. 간곡하게 당부한다”며 “우선 측근과 소통하라. 청와대 비서관들부터 통제하라. 그들이 나대는 것을 좀 말려라. 그런 식으로 하다 정치 망친다. 쥐 잡다가 독 깨려고 덤비면 되겠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중에는 통제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