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보상 문제도 중요하지만 산재방지 보호대책 더 절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17일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LCD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혈액암을 진단받고 투병 중이던 조은주씨가 지난 10일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8년 전 세상을 떠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 고 황유미씨와 똑같은 죽음이 이어져 왔고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삼성전자에 엄중한 책임을 촉구했다.
2010년 7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조은주씨는 천안사업장에서 대형 LCD TV 불량품을 약품으로 닦아내는 일을 맡았다. 오래된 수동설비를 다루며 일하다 숨진 고 황유미 씨와 달리 상대적으로 최신 생산 시설이 갖춰진 환경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조씨는 입사 이후 줄곧 과다한 업무에 시달렸다. 선임자가 주는 스트레스도 심했다고 한다. 그러다 2013년 9월 근무 도중 고열과 피부 발진이 나는 이상 증상을 보였고, 결국 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방사선 노출 등으로 인해 조혈모 세포에 이상이 생겨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의 수가 줄어드는 증상을 말한다. 과거에 전백혈병으로 불렸다. 주로 50세 이상에서 나타나며 조씨와 같은 젊은 연령층에서는 드물게 발생한다.
병원에서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아오던 조씨는 최근 골수 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병세 악화로 지난 10일 스물 셋이라는 꽃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조씨가 삼성전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발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보상안에 따르면,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보상 질환에 포함된다.
하지만 조 씨는 검사 때 마다 골수이형성증후군,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 등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삼성 측에서 조 씨에 대해 골수이형성증후군이 아닌 혈구탐식성림프조직구증으로 인정할 경우 조 씨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 측에서 보상 대상 질병을 굉장히 협소하게 정해, 같은 계통이지만 약간의 차이로 어떤 질병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보상 문제도 중요하지만, 산재를 방지할 보호 대책이 더욱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올림은 오는 3월 6일 고 황유미 씨의 8주기를 맞아 3월 첫째 주를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추모식과 피해자증언대회 등 활동을 벌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