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소방용 특수 방화복이 전국 소방서에 무더기 유통된 가운데, 현직 소방관이 “화재진압의 기본 장비인 소방장갑이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방장갑 보급 문제를 제기했던 한 소방대원은 1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방장갑) 문제를 제기한 지 9개월이 지났는데도 현실은 여전히 똑같다”며 “구멍난 장갑을 동료와 교대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사비로 소방장갑을 구입한다는 소방대원들의 사정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었다. 이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대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당 소방관은 “소방서가 수백 개의 지자체 소속이다 보니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서 “(소방장갑 보급에 대해) 위에서는 큰 관심이 없고, 계속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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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예산이 부족해 신형 방화복을 받지 못한 소방대원은 검은색 구형 방화복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에 문제가 된 가짜 방화복도 신형 방화복이 보급된 와중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형 특수 방화복은 화염이나 고온에 취약한 기존 구형 방화복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2010년 1월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소방방재청은 당시 특수 방화복에 대한 KFI 인정기준을 제정, 기준에 적합한 방화복은 합격표시 날인을 찍어 소방서에 공급된다.

그러나 납품된 신형 방화복 상당수가 실제 품질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제보가 접수돼 안전처와 조달청이 조달 수량과 KFI 인정검사 수량을 비교한 결과, 5300여 벌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방대원들이 수개월간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방화복을 입고 화마와 싸운 셈이다.

이 소방대원은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뜨겁고 숨이 턱턱 막히는데도 방화복의 성능을 믿고 버틴다”면서 “방화복이 녹는다든가 타지 않겠지만 현장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정말 상상하기 싫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대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각 지자체로 쪼개져 있는 소방조직이 단일 조직화돼 조직 내에 목소리라든가, 어떤 필요성 같은 것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조직의 단일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