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큰빗이끼벌레’ 조사로 4대강 저수지화 인정?

금강 세종보서 생태 독성 가능성 ‘총담이끼벌레’도 발견

생태계 교란과 수질 악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큰빗이끼벌레가 유해하지 않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유속이 정체된 호수에 출현하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전반에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4대강이 저수지화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됐다.

환경부는 큰빗이끼벌레가 어류 등 수중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장 및 실험실 실험을 병행한 결과, 유해성이나 생태독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가 지난 7월부터 국립환경과학원, 4대강물환경연구소, 유역지방환경청, 학계, 민간연구소 등 각 분야별 전문기관 등에 의뢰해 진행했다.

환경부는 이번 실험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많이 서식하는 금강 세종보 인근에 현장과 유사한 생태계(메조코즘)을 제작·설치해 미성숙·성숙·사멸 등 성장단계별로 구분된 큰빗이끼벌레를 넣고, 어류에 미치는 영향을 일정시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현장 서식종인 납자루, 밀어와 표준배양 생물종 모두 생존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큰빗이끼벌레의 서식지 현장수를 채수해 물벼룩과 송사리를 투입해 진행한 유영저해나 치사 영향 급성 독성시험에서도 시험 생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 대구환경운동연합

그러나 분포조사에서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전반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특히 7~8월 조사에서는 300여개 지점에서 발견됐다. 특히 금강 수계에서 많이 발견됐는데, 환경부는 보 설치로 인한 유속감소와 함께 4~5월 강우량이 다른 해에 비해 적어 유속저하를 가중시킨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생태 독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총담이끼벌레도 이번 조사서 금강 세종보에 서식하는 것으로 최초 확인됐다. 총담이끼벌레는 군체가 손상을 입게 되면 독성 물질이 방출돼 작은 물고기를 빠르게 치사시킨다.

이에 대해 정민걸 환경교육과 공주대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는 환경부에선 표현은 안 했지만 4대강이 저수지가 됐다는 걸 확인해 준 셈”이라며 “큰빗이끼벌레라는 건 저수지에서만 살 수 있는 건데, 강이 저수지로 바뀌었는데도 ‘문제 없다’고 하니 굉장히 이상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환경부의 주장처럼) 큰빗이끼벌레가 생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는 없다. 분해될 때 용존산소가 없어지고 암모니아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큰빗이끼벌레가 바닥에 완전히 깔리게 될 경우 사는 생물이 달라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총담이끼벌레는 이번 연구에도 참여한 전문가가 이미 ‘독성이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자기들이 독성이 있다고 하는 것들도 이번에 발견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환경부 조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앞서 큰빗이끼벌레가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총담이끼벌레가 생태계에 유해할 수 있다”며 “독성이 있는 총담이끼벌레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교수는 “큰빗이끼벌레가 처음 문제 제기가 됐을 때 관변 전문가들이 ‘맑은 물에만 살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수질하고는 무관하다고 나타났다”며 “결국 그 얘기는 확인도 없이 기관에서 시키는 대로 떠들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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