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드라마‧협찬 기사까지.. 국민 세금 원자력 홍보에 사용
한국수력원자력이 신문·방송 등 언론과 계약을 맺고 전력기금을 특정 에너지인 원자력을 홍보하는 데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수원과 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환경공단이 각 방송사에 제작 지원과 광고 등의 명목으로 지불한 돈을 추려본 결과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면 지난 2010년 <KBS> 퀴즈프로그램인 ‘1대100에는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저서 ( )에서 21세기 말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효과적인 재생에너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훨씬 적은 원자력 에너지만이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했다. ( )는?”이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 문제 이외에도 이 프로그램에선 한 달에 한 번 씩 원자력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 됐다. ‘전기의 날’ 특집으로 방송된 4월 6일 프로그램에는 100인의 출연자 중 92인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었다. 이 같은 홍보성 퀴즈 출제와 직원 출연은 한수원과 KBS 사이에 맺은 협찬의 조건이었다. 한수원이 <KBS>와 협찬을 맺으며 지불한 돈은 무려 4억431만 원에 달했다.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도 원전 홍보를 대가로 한 돈이 지원됐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이 드라마에 협찬한 금액은 1억6500만 원으로 총 8회에 걸쳐 에너지 절약 에피소드를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중 절반은 에너지 절약이 아닌 방사선 홍보 등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의사인 주인공이 ‘방사선 치료’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 양성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어린이 환자는 10년 완치율이 무려 80%에 이릅니다. 이 조그만 아이에게 어떻게 칼을 대서 암을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외과적인 처치로는 민감한 부위의 종양 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힘듭니다”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원자력을 홍보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 거액을 협찬한 원자력문화재단은 1992년 원자력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재단의 예산은 전액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지원된다. 이 기금으로 재단에 2012년 85억, 2013년 76억 그리고 올해 56억 원이 지원됐다.
문제는 전력기금이 정부가 전력산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금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 기금은 전기요금에 3.7%를 덧붙여 부과하는 준조세다. 결국 한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에너지인 원자력을 홍보하는 데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조중동 등 주류 신문사들이 원전관련 기관들로부터 기사를 매매하는 행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조선일보> 등은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특집기사부터 인터뷰, 동정기사를 실었다. 한 번에 수천만 원씩이 ‘협찬’ 형식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는 돈을 받고 기사를 썼다는 협찬 고지가 없었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신문사 지원 현황에 따르면 재단은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14개 신문사에 이러한 ‘협찬 기사’를 내기 위해 3억 6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조선일보가 3분의 1인 1억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