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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수제 스피커 장인이 된 MBC 해직기자신간 낸 ‘크루베’ 장인 박성제.. “꼭 MBC로 다시 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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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윤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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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2  14:41:06
수정 2014.10.02  18: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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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짧은 인사를 주고받자마자 박성제 대표가 꺼낸 말이다. 클래식을 주문하자 곧장 CD를 넣고 직접 만든 스피커 ‘쿠르베’의 성능을 뽐냈다. 소위 ‘막귀’임에도 확연히 다른 사운드가 느껴졌다. 첼로가 일궈내는 저역의 깊은 울림이 가슴으로 향했다. 힘있는 사운드가 빚어낸 선율은 귀가 아니라 온 몸으로 전해졌다. 정말 다르긴 다른 사운드다.

2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청음실에서 박성제 대표를 만났다. 지금은 스피커 ‘쿠르베’를 만드는 디자이너이자 사장님으로 제2의 길을 걷고 있지만, 사실 MBC 기자로 19년을 지내왔고 사측에 억울하게 해직된 채로 싸우는 중이다.

   
▲ 출시된 쿠르베 모델들 ⓒ쿠르베

해직된 기자가 자영업으로 스피커를 만들다니 이력이 참 독특했다. 박 대표는 오래 가지고 있던 취미가 그를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턴테이블을 사서 음악을 내내 들었어요. 듣다보면 보통 사람들은 음악을 듣지만 오디오 매니아들은 자꾸 빠지게 돼서 오디오를 자주 바꿔요. 기계마다 들리는 소리가 다르거든. 지금까지 써본 게 50세트는 될 거에요. 와이프한테 구박 받고 몰래 사고… 원래 취미생활이란게 다 그렇잖아요(웃음)”

와이프의 권유로 처음 공방을 찾았던 박 대표는 끈기와 뚝심이 필요한 ‘가구 만들기’에 골몰했다고 한다. 그는 사포질, 도색 작업으로 죄 없이 잘린 해직의 분노를 삭혔다. 와인장, 화장대 등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가구를 만들고 그러다 보니 스피커도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스피커를 만들어 보고 싶어 본격적으로 스피커 디자인을 시작했다.

   
▲ 쿠르베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성제 대표 ⓒ나혜윤

“저를 도와주던 ‘굉장한 전문가’의 팁을 곁들여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디자인으로 평생 쓸 수 있는 단 하나뿐인 나만의 스피커를 만들어 보고 싶었죠. 완성된 스피커를 동호회에 소개했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이 생기며 상품화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김재철 사장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 사장 체제에서도 복직도 안 될 거 같아 뭔가 했어야 하는데 이게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 스피커가 잘 팔리지 않으면 접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주문이 꾸준히 들어왔고, 드라마 <밀회>에 스피커가 소품으로 사용되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일반인들에게도 ‘밀회 스피커’로 통하며 수제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curved(곡선의)’를 뜻하는 불어 ‘쿠르베(Courbé)’는 곡선으로 이뤄진 스피커의 독특한 특성이 담긴 이름이다. 지금까지 ‘쿠르베 엘르’, ‘쿠르베 스노우맨’, ‘쿠르베 주니어’ 등 총 6종의 제품이 출시됐다. 가장 인기있는 모델은 박 대표 청음실에 있는 ‘쿠르베 엘르’. 음악 뿐만이 아니라 영화 감상에도 뛰어난 사운드를 보여 홈시어터로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박 대표는 쿠르베를 악기에 비유했다.

“쿠르베는 자작나무로 만들어요. 유럽에서 단풍나무와 같이 자작나무가 악기용으로 많이 쓰여 소리도 좋죠. 곡선형태로 디자인 한 것도 영향이 있어요. 내부에서 모서리가 있으면 왜곡이 생겨요. 악기가 다 둥글둥글 하잖아요. 네모, 세모 모양이 없듯이. 기성 스피커의 큰 통안에 유닛이 다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쿠르베는 소리가 섞이지 않기위해 모두 분리 시켜놓은 것이 차이점이에요. 첼로와 바이올린이 한 통에서 소리가 나면 탁해지고 흐리멍텅해져요. 쿠르베는 음역대를 완전 분리해 만들었어요. 그래서 섬세하게 들리죠”

박 대표는 쿠르베가 탄생하기 전, 시험용으로 만들었던 작은 스피커를 <뉴스타파> 측에 기증했다. <뉴스타파>에 함께 하자던 최승호 PD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잘 하는 일’인 기자를 하기 위해 갔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MBC에 꼭 돌아가야죠”라며 MBC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보였다.

그의 명함 속 직업은 바뀌었지만 메일 주소에는 여전히 MBC가 포함돼있다. 현재 MBC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해직자들에게 급여와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사발령을 내지 않아 ‘반쪽 복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박성제 대표 청음실에 붙어 있는 제작과정 포스터 ⓒ나혜윤

박 대표는 가내수공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삶을 1년 넘게 살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다고 했다. 때문에 기자로 다시 돌아간다면 쿠르베 창업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400만원이 한도인 신용카드를 들고 은행에 가서 한도를 늘려 달라니 안된대요. ‘무슨 소리냐, 내가 MBC 기자일 때 이 한도로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은행에서 ‘그 때는 MBC 다니셨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대기업의 품이 컸던거죠. 그래서 대판 싸웠어요. 은행 광고는 기업 지원한다고 하면서 한도를 막아놓으면 사업을 어떻게 하냐고요. ‘매출이 없어서 안된다’고 재차 거절하는 은행에 부품을 사게 해 줘야 매출이 나오는 거 아니냐고 따졌죠. 쿠르베 카탈로그를 레코드 가게에 놓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잡상인이라고 쫓겨난 적도 있고…”

그는 신뢰도가 추락한 MBC를 보면 마음이 쓰라린다고 했다. 새누리당 대변인을 지냈던 모 의원과의 술자리에서 ‘대변인 시절 MBC 기자들한테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취재는커녕 받아쓰기에 열중인 뉴스를 누가 보겠냐고 푸념을 늘어놨다. MBC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MB 정부 언론장악 미디어법 철폐’를 외치며 파업을 이끌었던 그의 얼굴에서 씁쓸함이 가득 묻어났다.

“검찰에서는 MBC가 엠바고를 깼는데 아무도 몰랐대요. 모니터를 안하니까. 다른 언론사에서 MBC 기사를 신경 쓰지 않는거에요. 예전 MBC는 안 그랬는데. 뉴스가 꼭 진보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 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반드시 견제해야 되거든요. 그게 진보 정권이건 보수정권이건. 근데 지금은 그런 역할이 너무 사라졌기에 그런 역할을 종편이 대신하고 있다는 게… 제가 종편 탄생을 막기 위해 파업까지 했던 사람이잖아요. 참 굉장히 아이러니하죠.”

   
 

박 대표는 최근 기자의 삶과 해직 이후를 담은 책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도 냈다. 책의 뒤편 추천사에는 MBC 출신 인사들의 추천사가 담겨있다. 특히 손석희 JTBC 사장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훗날에라도 내가 현역으로 있는 동안 박성제가 만드는 뉴스와 경쟁하고 싶다. 힘들고도 즐거운 경쟁이 될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박성제는 기자여야 한다.”

다시 ‘기자’로 돌아갈 마음이 있냐는 대답에 1초의 주저도 없이 “당연하다”고 대답하는 박 대표. 쿠르베를 대한민국 대표 스피커로 만드는 것과 MBC의 정상화가 꼭 이루고 싶은 두 가지의 꿈이라고 전했다.

“쿠르베를 대표 스피커로 키우는 게 사업가로서의 꿈이에요. 다시 MBC로 돌아갈 걸 대비해 시스템을 조금씩 만들고 있어요. 아무래도 수출이 된다면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겠죠. 그리고 꼭 다시 돌아가서 MBC 뉴스의 신뢰를 찾게 만들고 싶어요. 나 혼자는 못할 일이고, 회사 내부에서나 우리처럼 쫓겨났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온다면 살릴 수 있다고 봐요. 언론사 지망생이 제일 가고 싶은 일순위가 MBC였는데 다시 꼭 그렇게 되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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