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경북 청도에 이어 경남 밀양에서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을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16일 한국전력 밀양특별대책본부 소속 김모 차장이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해 온 반대 주민 A씨에게 1천만원을 현금 지급하였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2월 A씨가 밀양시 A면 단위농협 임원 선거에 이사로 출마하자 김모 차장은 A씨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 이장인 B씨를 통해 현금 1천만원을 전달했다.

B씨는 그 중 200만원을 따로 떼 내어 자신이 보관하고, 선거를 앞둔 2월 12일 경 A씨를 만나 800만원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A씨가 강하게 반발하며 거절하자 다시 마을 주민들을 통해 대신 전달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하고 결국 돈을 되돌려주게 됐다.

B씨는 이후 마을개발위원회의에서 이 사실에 대해 추궁당하자 1천만원 중 자신이 200만원을 따로 떼낸 사실을 실토하고, 보관하고 있던 금액을 돌려주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3일 한전 김모 차장은 A씨와 A씨의 부인을 찾아간 자리에서 돈의 출처를 묻는 A씨에게 “B씨가 두 차례나 요구하여 그 돈을 주게 되었다”며 “(그 돈은) 시공사에게서 받았다”고 진술했다.

▲ ⓒ'go발뉴스'

A씨의 진술 내용 녹취와 함께 이 같은 정황을 전한 대책위는 “이는 명백하게 한전이 반대 주민을 금전으로 매수하려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금융기관인 지역 단위농협 선거에서 불법적인 금품 살포를 시도한 것이며, 하도급업체에 금전을 요구한 3중의 위법사안이 겹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어 “청도경찰서장 금품 살포 행위가 전국적인 여론을 타게 되고,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저들이 저지른 매수 행위가 폭로되는 등 지금 전국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한국전력과 공권력이 저질렀던 범죄 행위가 줄줄이 폭로되고 있다”며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이러한 한전과 경찰의 행태가 그동안 송전탑 분쟁 지역에서 수없이 자행되었으리라 믿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정기관들은 이 사건은 물론이거니와 전국 곳곳에서 자행되었을 것이 분명한 이런 더러운 행태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전면적인 시정 작업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전 밀양대책본부 관계자는 ‘go발뉴스’에 “(대책위 주장을) 확인한 결과 한전이 아니라 시공업체에서 B 이장에게 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밀양 경과지 마을 같은 경우 합의를 하게 되면 전체 지원금에서 40%를 개별지원하게 돼있다”며 “B 이장이 돈이 필요해 이를 먼저 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고, 한전은 이를 거절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시공업체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B 이장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것”이라며 “대책위 주장처럼 한전측이 매수하기 위해 돈을 건넨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이같은 주장은 B씨가 A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정황이 알고 있는 전부고, (이장이 돈을 건넨) 반대 주민과의 관계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